‘가짜 무죄’ 증명하라… 진실 밝히는 법의학[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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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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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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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키보드
미하엘 초코스 지음│박병화 옮김│에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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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는 대개 비슷하다. 차가운 부검대, 안경 쓴 전문의, 형광등 아래에서 반짝이는 수술 도구…. ‘죽음의 키보드’ 저자는 이보다 넓은 법의학의 세계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한다. 이 세계에서 법의학자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를 오가며 감춰진 진실을 밝히고 엇갈린 상황을 바로잡는다. ‘법의학 성지’로 불리는 독일에서 가장 명망 있는 전문가인 저자는 법의학자가 지닌 지식과 능력을 ‘죽음의 키보드’라 일컫는다. 법의학자들은 ‘비자연사’ 혹은 ‘사인불명’의 죽음에 숨겨진 키보드를 두드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책은 법의학자가 아니면 가늠하기 어려운 형태의 죽음들, ‘가짜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속임수가 난무하는 현장을 한 편의 범죄 드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분노와 질투, 배신감과 트라우마 등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낄법한 감정이 비극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냉정히 관찰한다. 운 좋게 수사망을 피해간 범인과 ‘너무 늦게’ 찾아낸 피해자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도 저자는 과학수사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을 경계한다. 법의학자들이 계속해서 조사의 ‘고정 나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법의학자에겐 타인과 상황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누구의 의견에도 기대지 않은 채 사실을 탐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법의학자가 ‘의사이자 자연과학자이며 동시에 탐정’의 역할을 수행하는 토대라는 것이다. 360쪽, 1만7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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