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백계”… 천년고찰 해인사 명예 회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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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3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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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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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대표 사찰인 해인사는 최근 주지 스님의 일탈 의혹 등 추문이 잇따르며 큰 위기에 빠졌다.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성추문·동안거 중 골프·윷놀이… 초유의 혼란속 자성

주지 대행 진각 스님“책임통감
젊은 스님들과 참회 회견열 것”

파장 커지며 종단 수습 와중에
차기 주지 선임문제로 또‘시끌’
“최고 어른 방장 자기사람 심기”
비상대책위서 적극 저지 나서


“해인사는 9∼10세기인 신라 말 고려 초에 승려들이 왕건과 견훤 지지파 등으로 분열해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후 가장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중심 사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과 종단에 죄송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해인사 주지 업무대행을 맡고 있는 총무국장 진각 스님은 29일 이렇게 말했다. 신라 애장왕 때인 802년에 창건한 해인사는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법보종찰로 명성이 높다. 그런데 최근 주지 현응 스님의 범계(犯戒·계율을 어기는 것) 의혹과 함께 각종 추문이 잇따르며 위기에 빠졌다.

조계종은 지난 26일 중앙징계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응 스님에 대한 징계를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징계위는 오는 2월 3일 제1차 징계위원회 회의를 열 방침이다. 현응 스님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과 소송전을 벌이는 와중에 한 비구니스님과 숙박업소를 드나들다 찍힌 사진이 공개되자 주지 사직서를 내고 잠적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비구니 스님과 숙박업소를 드나드는 등 계율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자 사직서를 내고 잠적했다.



이와 관련한 소송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는 1심에서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여성에게 무고죄를 물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때와 장소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현응 스님이 승소한 셈이지만, 해당 여성은 항소 뜻을 밝혔기 때문에 사안은 종료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해인사의 현직 주지인 현응 스님이 속복 차림(모자, 뿔테안경, 마스크, 점퍼, 운동복, 운동화)으로 역시 가발에 뿔테 안경을 쓴 비구니스님과 숙박업소를 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조계종단 안팎에 큰 충격을 줬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 해인사 전 주지 향적 스님과 사서실장 도현 스님이 태국 치앙마이에서 골프를 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승려들이 바깥출입을 금하는 동안거 기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게다가 해인사 스님 수십여 명이 설 명절 기간 거액의 판돈을 걸고 윷놀이 게임을 했다는 의혹까지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의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진각 스님은 “스님들이 동안거 기간 중 골프를 친 것은 백번 잘못한 것”이라며 “윷놀이는 매년 해 왔던 것으로 관례대로 소정의 상금이 있었을 뿐이지만, 이 시점에서 윷놀이를 했다는 것이 좋지 않게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죄송스럽다”라고 했다. 그는 “현응 주지 체제에서 주요 소임을 했던 저의 책임도 있다는 걸 통감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해인사의 미래인 젊은 스님들과 함께 참회하는 회견을 적절한 시기에 열 것”이라고 했다. 진각 스님은 “이런 사태에도 해인사의 대다수 스님들과 학인들은 예불과 공부에 열중하며 정진하고 있다”라며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해인사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라고 했다.

조계종 중앙징계위 위원장인 총무원장 진우 스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자숙하며 청정 승가를 이루기 위해 종도들의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우 스님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종교 집단에서나 돌발적 일이 가끔 일어날 수 있으나 우리 종단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며 “연루된 당사자들에 대해 종단적으로 일벌백계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조계종단이 이처럼 수습에 애쓰고 있으나 해인사 사태는 차기 주지를 선임하는 문제로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총무원이 진상 조사를 위해 현응 스님의 사직서 수리를 보류한 가운데 해인사의 최고 어른인 방장 원각 스님이 “징계 절차와 별도로 차기 주지를 빨리 임명해야 한다”라는 의견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원각 스님은 해인사 의결기구인 임회(林會)에서 현응 스님을 산문출송(山門黜送·절에서 내쫓는 것)하고 후임 주지로 원타 스님을 추천했음을 강조하며 총무원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비대위 측은 “원타 스님은 현응 스님 계파의 인물”이라며 “방장 스님이 여전히 현응 스님을 옹호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비대위 공동위원장인 성공 스님은 “이번 일은 대한민국 스님이라면 누구나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큰 책임이 있는 방장 스님이 후임 주지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집착하는 모습이 슬프다”라고 했다. 방장 스님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성공 스님은 해인사 임회에서 현응 스님과 함께 산문출송 조치를 당한 바 있다. 성공 스님은 “승랍 50∼70년 되는 해인사 원로 스님들께서 나서 방장 스님을 설득함으로써 천년 고찰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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