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중산층발전위’라도 만들어야 한다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3-01-31 11:37
기자 정보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폰트
공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연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野 지지 줄어도 與 지지 그대로
윤 대통령이 자유 강조하지만
젊은층·중산층 공감 못 끌어내

자유주의 핵심은 시장과 공정
親대기업주의로 비치면 곤란
李·朴 정부 곤경은 반면교사


젊은이들의 인기를 끄는 웹툰을 보면 가진 자들을 악하고 탈법적인 사람들로 묘사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보수층에서는 이를 좌파적 조짐으로 보고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런 작품들은 본질적으로 자유주의적이고 친자본주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근본적인 주장은 ‘개인의 자유 확대’ 그리고 ‘공평한 돈벌이 기회의 보장’으로 요약된다.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식견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경제 발전과 더불어 사회적 계층의 형성이 가시화하고 있음을 눈치챌 것이다. 미국 중심의 서구화와 압축적 경제성장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재화를 중심으로 계층이 형성되고 있다.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상류계층은 이제 학연이나 지연으로도 뚫고 진입하기 어려운 견고한 장벽이 되고 있다. 그래서 부정한 방법으로 그 장벽을 넘어간 사람들을 적발하고 처벌해 장벽 밖으로 몰아내고, 좀 더 정당하게 경쟁을 치른 이들, 즉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게 이 작품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를 붕괴시켜 프롤레타리아의 세상으로 만들자는 마르크시스트적 주장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그동안 진보 정부가 평등과 분배를 구현하려 했다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효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있다.

현 정부와 보수 여당은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유주의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다. 정치적 분배보다는 시장에 의한 분배가 효율적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면 개인 상호 간의 존중이 생기고 협력도 가능하다고 본다. 반면에, 보수는 개인의 이익보다는 국가와 공동체 내부의 질서 그리고 미덕을 중시한다. 그래서 자유주의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상대로만 대립하는 게 아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통해 자유주의가 맞서 싸운 대상은 극우 국가사회주의 세력이었다.

이재명 대표와 야당의 낮은 지지율이 현 정부와 여당의 높은 지지율로 연결되지 못하는 데는 이런 측면도 작용한다.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20·30대 젊은 계층이나 중산층 시민들은, 지난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는데도 현 정부가 자신들의 자유 확대를 위해 무엇을 해주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산층이 공감하는 자유주의적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종합부동산세 완화 정책 정도인 것 같다. 일부 중산층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자유’를 키워드로 내세우고, 국정의 중요 방향으로 설정했다. 그 연장선에서 민간 주도 경제를 강조하지만 ‘친기업’ 정책일 뿐 ‘친시장’ 정책이라고 보긴 힘든 부분이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회사가 불이익을 당하게 되자 정부가 나서 이를 해결하려고 발 벗고 나섰는데, 경쟁국들의 자국 산업 보호 경쟁과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한 접근이겠지만, 자유주의적 친시장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와 배터리업계 이해관계도 서로 다르다고 한다.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도 아니다. ‘친대기업주의’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주창하던 분수효과만큼이나 대기업이 잘돼야 나머지도 잘된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강하다. 이명박 정부는 친시장 정책을 편다는 명분 아래 기업 지원책을 쏟아냈지만, 고용 없는 경제 회복이 초래되고 서민과 중산층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 결과 민심 이반이 나타났고, 2010년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국정 주도권을 상실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가 2012년 경제민주화를 내놓은 배경이다. 그러던 그도 취임 뒤 창조경제론을 설파하며 친기업으로 돌아섰지만, 중산층 민심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정부가 시급한 경제 회복을 위해 대기업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중산층발전위원회’라도 만들어 대기업도 노조도 아닌 중산 시민계층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 보기 바란다. 정치는 제한된 가치의 공정한 분배 작업이다. 그것을 통해 민심을 얻어 선거에서 승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난 두 보수 정부는 타산지석(他山之石) 아닌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대상이 아닐까?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