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슬램덩크’와 한일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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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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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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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전국부장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연일 화제 속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일본 원작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으로 전국 제패를 꿈꾸는 한 고등학교 농구부의 꿈과 열정, 도전을 담아냈다. 1990년대 중·고등학생들에게 슬램덩크는 하나의 문화이자 신드롬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가장 열렬한 반응을 보인 세대는 30·40대 남성이었다. 이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치적으로 ‘노 재팬(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조장하며 반일 성향을 감추지 않는 더불어민주당의 확고한 지지층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역설적이다. 사실 일본 문화 콘텐츠에 대한 우호적 반응은 슬램덩크에만 그친 게 아니다. 꾸준했다. 노 재팬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일본 닌텐도에서 출시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이 인기를 끌었고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무한열차 편’은 2021년 215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선호 여행지만 봐도 일본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 여행지는 일본(109만3260명)이었다. 올해에도 이런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일본 사랑도 만만치 않다. 일본에선 현재 ‘제4차 한류’ 붐이 불고 있다고 한다. 2003년 제1차(겨울연가), 2010∼2011년 제2차(동방신기, 카라 등), 2017년 제3차(트와이스) 등에 이어 최근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은 것이다. 중년 남성층까지 가세하면서 한류의 저변은 더욱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한·일 간 교류는 활발하고 거침이 없다. 대표적인 친야 커뮤니티 ‘클리앙’에선 슬램덩크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변방의 북소리에 불과했다. 지방 외교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시도지사협의회장)는 최근 일본 도쿄에서 히라이 신지 돗토리현 지사(일본전국지사회장)를 만나 올 하반기 제7회 한일지사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한일지사회가 열리는 것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추진 중인 부산시도 2025 세계박람회 개최지 오사카에 방문, 유치 활동을 벌이는 한편 유치 성공 노하우도 전수받을 계획이다. 이처럼 주변 여건은 점점 성숙해가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위안부, 강제동원 노동자 등 과거 문제에 발목 잡혀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해법은 오히려 간단할 수 있다. 투트랙 전략으로 가면 된다. 역사 갈등을 둘러싼 문제는 철저히 따져 묻되 개인 취향에 따라 상대 문화 콘텐츠는 얼마든지 좋아하면 될 듯하다. 정부 차원에선 차근차근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아시아의 대표 선진국들이자 중국 중심의 권위주의 국가 연합에 대항하는 세력의 일원들로서 서로를 자극하는 정치적 언사나 행위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한·일 간 균열을 노리는 시도에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일정 정도의 갈등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갑자기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민족주의 불길을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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