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회장 7000억 기부했는데… 국립중앙의료원 축소 논란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3-01-31 11:43
업데이트 2023-01-31 11:47
기자 정보
권도경
권도경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폰트
공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기재부, 예산 대폭 삭감해 통보
1조2341억원서 1조1726억원
병상도 1050개 → 760개 축소
의료계 “공공의료의 퇴보” 반발


필수의료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공공의료 주축인 국립중앙의료원(NMC) 신축 규모를 최초 목표보다 300병상 가까이 대폭 줄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축 NMC에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7000억 원을 기부하면서 현실화된 ‘중앙감염병전문병원’도 포함됐지만, 이 역시 최초 계획보다 규모가 축소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등 재난적 위기에 대한 대응 위축은 물론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인 공공의료 강화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NMC전문의협의체는 31일 오전 국회 앞에서 NMC 현대화 사업 (신축 이전) 예산을 삭감한 기재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집행된다면 미충족 필수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질병관리청, NMC와 협의해 본원 800병상 등 총 1050병상 규모로 신축 사업비를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 기재부는 본원 526병상 등 총 760병상 규모로 줄여 최종 통보했다. 사업비는 1조2341억 원에서 1조1726억 원으로 줄었고, 병상 규모만 놓고 보면 27.6%나 축소됐다. 기재부는 수도권 진료권에 병상이 과잉 공급됐고 NMC 병상 이용률도 저조한 점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협의체는 “모병원인 본원은 고위험 감염병 환자 외에 투석, 임산부, 소아 등 특수병상 대응 능력을 평소 갖춰야만 감염병 위기에서 제때 진료할 수 있다”며 “의료적 재난 상황 시 의료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진료권 내 병상 수라는 산술적인 기준으로 규모가 결정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는 감염병전문병원 본원을 1700∼3000병상 규모로 유지하고 있다.

의료계는 기재부가 경제 논리를 앞세워 공공의료를 퇴보시켰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약 70%는 전체 의료기관의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도맡았다. 국내 공공의료 병상 비율(2019년 기준)은 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전염병에 맞설 공공의료 병상 비율이 2015년 10.5% 이후 매년 줄어드는 만큼 감염병 환자가 폭증하면 민간 병원 병상을 돈으로 살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20년 4월부터 올 1월까지 코로나19 환자를 받게 하려고 병원에 준 손실보상금은 8조3911억 원이다. 기재부가 NMC 신축 규모를 축소해 줄인 예산은 불과 615억 원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