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선 “서울대 교수 되면 인생 풀린다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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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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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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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좌절의…’ 첫에세이집

“무대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아직은 포기할 생각이 없어요”


199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29세에 최연소로 서울대 음악대학 교수 임용, 현재 미국 명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교수에 하버드대 입학한 자녀들까지. 피아니스트 백혜선(58·사진)만큼 좌절과 멀어 보이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녀는 말한다. “좌절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여도 매일 매일이 좌절이에요.”

첫 에세이집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를 낸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30일 출판간담회에서 자신의 좌절사를 풀어냈다. 어릴 적 수영을 곧 잘해서 경북 대표로 소년체전까지 출전했지만, ‘진짜 천재’를 만나고 좌절했다.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의 언니이자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인 최윤정이었다. 피아노에서도 부침은 이어졌다. 방황 끝에 피아노를 그만두고 일반 회사 영업직으로 일하기도 했고, 1993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선 1차 실격하기도 했다. 스승 변화경 NEC 교수의 설득으로 돌아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에 입상하며,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돼 선망의 대상이 됐지만, 그는 또다시 좌절했다. 백혜선은 “모든 사람이 서울대 교수가 되면 인생이 풀린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건 내 인생이 아니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며 “10년간 굉장히 안위하는 삶을 살면서도 속에선 여기서 끝내면 절대 안 된다는 외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백혜선이 말하는 좌절은 도전과 동의어다. 그는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등 후배 피아니스트들을 언급하며 “요즘 어린 친구들을 보면 음악적 좌절을 더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혜선은 “기능적인 면에선 그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저로선 연주회를 보러 온 분들에게 제 음악이 어떻게 하면 좋은 책을 읽는 것처럼 오래 남을 수 있게 할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 발간은 여전히 연주자로서 승부를 걸고자 하는 백혜선의 출사표이기도 하다. 그는 책에서도 “내가 오를 무대가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지만, 아직은 쉽게 물러서거나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적었다. 4월 11일 예술의전당 독주회와 11월 인천시향과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2번 협연이 예정돼 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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