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횡재세 주장 野,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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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31 11:32
업데이트 2023-01-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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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야당이 ‘횡재세’를 들고 나왔다. 새로운 요구가 아니다. 횡재세는 국제 원유가가 치솟아 정유사의 수익이 늘어날 때마다 등장했던 맛이 간 낡은 메뉴다. 사실 횡재세는 소비자를 위한 것도 아니고, 당장 시급한 ‘난방비 폭탄’의 해결책도 아니다. 국가 기간산업인 정유사에 대한 감상적인 거부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혹세무민의 공허한 요구일 뿐이다.

야당은 횡재세와 추경으로 마련하는 7조2000억 원으로 소득 하위 80%에게 에너지·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하지만, 정부·여당은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 여야는 실질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절약하고 취약 계층을 두껍게 지켜주는 정책 개발에 합심해야 한다.

난방비 폭탄은 정유사의 기름값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도시가스의 요금을 지난 한 해 동안 4차례에 걸쳐 38.4%나 올렸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지난 정부에서 가스요금을 낮은 수준에서 꽁꽁 묶어 놨던 탓에 그 충격이 더 크게 느껴졌을 뿐이다.

정유사가 지난해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낸 건 사실이다. 세계 경기가 살아나면서 정유사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실제로 휘발유·경유·윤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수출액도 10년 만의 최대인 73조7400억 원으로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국가 주요 수출 품목 중 2위가 석유제품이다.

정유사가 ‘과도한 불로소득·영업이익’을 올린다는 야당 대표의 지적은 명백한 가짜 뉴스다. 국제 원유가가 올라가면 정유사의 영업이익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유가 상승은 대부분 국제 경기가 되살아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정유사가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수요도 늘어나고, 정유사의 영업이익도 덩달아 늘어나는 게 상식이다.

더욱이 정유산업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인 장치산업이고, 전형적인 박리다매 산업이다. 매출 규모가 커서, 영업이익이 크게 보일 뿐이다. 실제 매출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은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낮다. 중동에서 구입하는 원유는 리터당 700원(배럴당 85달러)이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의 가격은 리터당 810원 수준이다. 그런데 정부가 붙이는 유류세가 리터당 700원이나 된다. 원유에 붙이는 관세도 있고, 정유사도 내는 법인세도 적지 않다. 현대 사회의 필수품인 석유제품이 사실은 세금 누더기라는 뜻이다.

정유사가 언제나 호황을 누리는 것도 아니다. 경기가 침체되면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감수하기도 한다. 2020년 상반기에만 5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사의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원유 가격이 떨어지고, 재고가 쌓이고 있다.

원유·가스를 생산하는 ‘석유 기업’과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사’를 구분해야 한다. 1980년 미국이 시행했던 ‘원유횡재이윤세’나 현재 영국·독일·프랑스가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초과이익세’는 모두 정유사가 아니라 석유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정유사에 부과하는 횡재세가 고스란히 기름값에 반영돼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외국의 낯선 제도를 엉뚱하게 왜곡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석유제품 수입·판매 부과금에 대한 왜곡도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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