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제 퇴행 되돌릴 첫걸음은 노동개혁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3-01-31 11:34
기자 정보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폰트
공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 감소했고, 연간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가전제품, 의류 및 신발, 숙박음식, 오락문화 등의 소비도 줄고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 우리나라의 주력 상품의 수출도 줄었다. 경기가 둔화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으나, 연간 경제성장률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평균치 2.3%보다는 높다. 199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은 한 번도 상승한 적이 없다. 김영삼 정부(1993∼1997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8.0%였다가 이후 5년마다 1%p씩 하락한 셈이다. 이런 현상은 성장률 하락이 경기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1990년대는 노사 분규의 시대였다고 할 만하다.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이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한 계기는 노사정 합의 체제다. 지난 30년간 귀족노조, 일자리 세습, 회계 불투명, 정치 투쟁 등 합리적 노사 관계와는 거리가 먼 용어들이 등장했다. 하나의 왕국이 형성됐다. 친노조 성향의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반기업 정서를 만드는 선봉에 섰다. 국회는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법을 양산했고, 노동시장의 이중성은 심해졌다. 일하는 시간과 임금, 그리고 고용의 형태 등이 법으로 결정됐다. 구체적 경제활동에 따라 노사가 자율로 결정해야 할 것들이 규제 대상이 됐다. 이로 인해 산업 경쟁력의 한 축은 무너졌다.

노동시장의 경직성뿐 아니라 산업 규제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탈원전 정책은 원전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 정책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강제하는 정책도 직접적인 규제 정책이다. 생계형 소상공인 적합업종 제도, 상생협력법, 타다금지법, 유통산업발전법, 산업안전보건법,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하도급법, 공정거래법 등 각양각색의 법들이 다양한 이유로 산업 활동을 규제했다. 민간의 창의와 시장의 활력은 사라지고 대한민국은 규제 공화국으로 전락했다.

대한민국의 고도 성장 이면에는 합리적인 정부와 건전한 재정이 있었다. 작지만 강한 정부가 성장을 유도하고 민간의 활력을 강화했다.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국가채무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1068조8000억 원을 넘어섰다. 국가채무 비율도 50%가 넘었다. 능력도 없는 정부가 기업 죽이기로 재정만 낭비하다가 국민에게 고통을 남겼다.

재정만 망가진 게 아니라 금융도 망가졌다. 2017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M2 평잔 기준으로 통화량은 1226조 원 증가했다. 사상 최대의 돈 풀기였다. 풀린 돈은 경제를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자산시장의 거품을 만들고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그로 인해 소비가 둔화하고,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은 위태롭다.

문 정부가 역대 정권 중 최대 규모의 재정을 지출하고 역대 최다 통화를 찍어냈지만, 경제성장률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문 정부는 5년 동안 온갖 규제로 성장의 발목을 잡고, 돈 풀기로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려다 위기만 남겨 놓고 떠났다. 심지어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수단도 빼앗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물가 안정을 달성하고 노동개혁과 규제 혁파, 그리고 인재 양성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