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제 T-72’ 전장서 무용지물… 우크라 “신식 탱크 있어야 전쟁 승리” 요청[Who, What, Why]

■ What - 미·독 탱크 지원 결정 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말 유리하던 전황이 소강상태에 빠진 데 이어 동부 솔레다르를 러시아군에 내주자 본격적으로 서방에 탱크 지원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수뇌부에선 신식 탱크 부재가 고전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결국 서방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 BBC는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주력탱크는 30여 년 전 만들어진 구소련제 T-72”라며 “러시아가 침공할 당시 우크라이나는 900여 대의 T-72 탱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전장에선 별 소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마리나 밀론 방위연구원 또한 “우크라이나 전차 대부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이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반면 러시아는 3000대 이상의 탱크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국경을 밀고 들어왔다.

여기에 전쟁 초반 러시아 탱크에 타격을 입힌 우크라이나 드론이 점점 위력을 잃었다는 점도 서방 탱크 의존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러시아군이 드론에 대한 방어시스템을 개선하면서 탱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탱크엔 탱크로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은 이달 중순까지 핵심 전차인 M1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르트2 지원에 난색을 보였다. 지난달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회의에서 독일은 미국이 먼저 에이브럼스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해야 레오파르트2 인도가 가능하다는 뜻을 고수했다.

이에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전장이 우크라이나 본토에서 유럽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과 독일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동맹국과 협조해야 한다. 단독으로 행동하진 않겠다”며 “매우 위험한 전쟁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식”이라고 밝혔다. 특히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라는 주홍글씨를 의식해 제3국에 자국산 무기를 지원하는 움직임을 극도로 조심해왔다.

전차가 실제 전장에 배치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뿐 아니라 이를 운용할 병력 훈련에도 시간이 필요해 실효성이 없다는 현실론도 양국이 탱크 지원을 꺼린 이유로 꼽힌다. NYT는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에이브럼스가 우크라이나에 배치되려면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탱크를 다량으로 내줄 시 방위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장기전 태세에 들어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우크라이나가 불리해질 것이란 우려가 서방에 팽배해졌다”며 “탱크를 지원해 러시아군을 압도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