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달걀 대신 아보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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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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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에 사는 친구가 아침 식사 기본 메뉴를 달걀 프라이 2개에서 아보카도 반쪽으로 바꿨다는 소식을 SNS에 올렸다. 부드럽지만 밍밍한 아보카도와 뒤늦게 사랑에 빠진 이유는 채식주의자가 됐기 때문이 아니라 달걀값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라는 설명도 붙였다. 달걀 한두 알에 너무 죽는소리하는 게 아닌가 확인해 봤더니 미국 달걀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주의 달걀 12알 평균 소매가는 7.37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뛰었다. 달걀값 폭등은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으로 인해 닭 6000만 마리 이상을 살처분하면서 생산량이 전년 대비 5%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족 모임과 파티가 많은 연말 연초에 수요가 폭증하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달걀은 값싼 단백질 공급원으로 프라이에서 찜, 스크램블드에그 등에 이르기까지 손쉽게 조리할 수 있어 누구나 좋아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계 수입이 쪼그라들고 외식도 줄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달걀만큼 좋은 게 없다. 그런 이유로 미국인들은 휘발유가만큼이나 달걀값에 민감하다. 최근 미 공영라디오 NPR에 소개된 달걀 관련 신조어에서 그런 기류가 묻어난다. ‘달걀값 인상이 초래한 실존적 불안감(eggsistential angst)’에 이어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경제학의 상식과 달리 달걀은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뜻의 에그노믹스(eggnomics)란 단어도 생겼다.

국내 달걀값은 1등급 기준 30알이 7000∼8000원 선이다. 미국에 비해 여전히 3배 정도 싼 편이다. 그런데도 달걀값이 올랐다며 금란(金卵)으로 불렸다. 정부는 설 연휴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달걀값 폭등에 대비해 스페인산 신선란 121만 개를 시범 수입했다. 국내산보다 30%가량 저렴해 물량 소진은 원활한 편이라고 한다. AI가 확산했던 2017년과 2021년, 2022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미국산 달걀을 들여왔는데 이제 미국이 달걀 파동을 겪자 스페인으로 수입국을 바꾼 것이다. 양계업자들은 국내산 달걀값이 떨어질까 걱정이지만, 미리미리 대비한 정부 덕분에 아침에 먹던 삶은 달걀을 미국의 친구처럼 아보카도로 바꾸지 않아도 된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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