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제 한·일 정상이 ‘징용’ 난관 뚫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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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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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정부 간의 협상 속도가 빨라지며 수년간 답보 상태이던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12일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3자 변제’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하며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양국 관계를 해치지 않는 돌파구를 마련했다.

최근 다수의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한국 측의 방안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수렴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는 듯하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 측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한·일 갈등이 장기화함에 따른 피해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석열 정부에서의 관계 개선 모멘텀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피고기업의 직접 참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일본 게이단렌과 우리나라의 전경련 등 경제 단체를 통한 해결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완고했던 일본 측의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수차례에 걸친 양측의 협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몇 가지 쟁점이 있다. 피고기업의 참여·사죄와 정권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방안이어야 한다는 두 가지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 정부가 어렵게 내놓은 고육책이나 이것이 궁극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 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으며,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상 ‘법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는 역사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법적인 부분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하더라도 역사적 화해, 사죄와 감정의 영역까지 해결되지 못하면 결국 다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해결의 마지막 열쇠는 양국의 정치 리더십에 달려 있다. 그간 외교 당국 간의 수많은 협의에도 불구하고, 좁아지지 않는 견해의 차이는 실무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결국,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제 양국 정치지도자들이 나설 때다. 피해자는 물론이고 국민에 대한 설명 노력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국민이 부여한 수많은 권한 속에는 그만큼의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 우리는 양국 관계 개선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1965년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봉합했던 역사 문제는 한·일 간의 가장 어려운 사안이다. 그래서 해결책도 완벽할 수 없다.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하지만 어려워서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라, 어렵더라도 움직여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속도감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런데 반문하고 싶다. 그렇다면 적절한 시기는 언제인지. 반대를 위한 반대, 대안 없는 비판보다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한 걸음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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