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도 찍어도 좋은 Sauce… 맛 살리고 싶을 때 ‘SOS’ [이우석의 푸드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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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2 08:59
업데이트 2023-02-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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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소스

세계인이 즐겨먹는 토마토 케첩
핫도그·감자튀김 등과 어울려
어패류 발효한 중국 ‘퀘찹’이 기원

송아지 육수 졸인 ‘데미글라스’
돈가스·오므라이스와 찰떡궁합
브라운·우스터도 대표 서양소스

아시아 대표하는 양념은 간장
국 조미부터 데리야키까지 활용
채식문화 확산에 외국서도 인기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파두부소스를 얹은 안동장의 마파두부밥. 입안이 얼얼한 향신료에다 청양고추를 썰어 넣고 파 기름으로 볶아 진한 맛을 낸다.



추위 탓일까. 입맛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겨울의 하반기다. 그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끈한 것만 당길 뿐, 당최 뭔가를 절실히 찾기엔 너무나도 긴 계절이다. 이런 증상이 왔다면 꽁꽁 닫힌 미각의 성벽에 더욱 진한 맛으로 공성전(攻城戰)을 펼치면 된다.

소스는 원래부터 진한 풍미를 품은 맛의 결정체다. 소스를 액상 조미료, 양념장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정확히는 액체 상태의 양념을 뜻한다. 가루 양념의 시즈닝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조금 다른 개념의 드레싱도 있다. 마요네즈나 식초, 오일을 응용한다.

예를 들자면 두부 부침 위에 얹기 위해 만든 양념장, 이것은 ‘소스’다. 돼지고기를 볶거나 찜을 할 때 넣는 것도 소스다. 들기름과 섞어 겉절이용 남새 위에 뿌리면 ‘드레싱’이다. 만두나 돈저냐를 간장에 찍어 먹을 때는 딥소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양념장을 말려 가루로 만들어 뿌리면 시즈닝이다. 쉽게 말해 간장부터 일본 국수나 밥에 적시는 쓰유, 핫도그 소스에 뿌리는 머스터드(겨자), 베트남 쌀국수집 스리라차, 생선가스의 타르타르, 제주의 삼겹살에 찍는 멸치젓 등이 모두 소스에 해당한다.

인류의 식문화 발달 과정 속에 세상에는 많은 소스가 생겨났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소스는 아무래도 케첩과 피시소스(魚醬), 그리고 간장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케첩과 피시소스는 원래 같은 뿌리다. 중국어 푸젠(福建) 방언인 퀘찹은 원래 어패류를 발효시킨 피시소스였다. 이것이 동남아시아로 전파되며 영국을 통해 유럽까지 건너갔다.

생선맛에 익숙하지 않은 유럽인들은 처음엔 버섯으로 케첩을 만들다가, 결국 토마토를 이용한 지금의 형태로 굳어졌다. 19세기 초 미국 하인즈(Heinz)가 토마토케첩을 발매, 세계적 히트를 치며 대중화시켰다. 달고 짭짤하며 새콤한 맛을 지닌 덕분에 모든 재료에 골고루 쓰인다. 특히 계란과 감자튀김 등에는 빠지지 않는다.

피시소스는 영어권에서 부르는 이름. 원래 고대 로마에서도 먹던 조미료인데 요즘은 태국과 베트남이 유명하다. 태국 남쁠라, 베트남 느억맘이 에스닉 푸드의 인기 확산에 따라 널리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액젓이라 부르는데 그냥 먹지 않고 김치나 국, 조림 등에 양념으로 쓴다. 동아시아에선 콩을 발효시킨 간장이 어장을 충분히 대신하고 있다. 간장은 콩을 띄워 감칠맛을 추출한 조미료다. 조리할 때 넣거나 아예 간장에 조려내기도 하며, 그냥 찍어 먹기도 하는 등 활용도가 무척 높다. 요즘은 채식문화 확산에 따라 외국에서도 간장을 많이 쓴다.

이외에도 세상에는 수많은 소스류가 있다. 데미글라스, 그레이비, 우스터, 라구, 발사믹, 브라운소스 등 서양식 소스도 즐비하고 XO소스, 굴소스, 폰즈, 데리야키, 미소, 마라(麻辣) 등 동양에서 유래한 소스도 많다.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하나씩 정리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낯선 소스부터.

양식 소스 데미글라스는 송아지 고기 육수를 졸인 다음 굳혀 만든다. 콜라겐 가득한 우족 육수에 구운 뼈로 훈연향을 내기도 한다. 양파, 토마토가 들어 단맛도 난다. 육수를 반(demi-) 이상 조린대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프랑스 누벨 퀴진의 선구자 격인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처음 만들었다. 스테이크나 바비큐 등에 두루 쓴다. 일본에선 돈가스나 함박스테이크, 오므라이스에 쓰고 아예 밥에 얹어 먹기도 한다. 국내에서 하이라이스로 알려진 하야시 라이스가 바로 이 소스에 비빈 것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로칸다몽로의 몽로식족발찜.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호우섬의 라구짜장.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데미글라스 소스의 하야시라이스.



그레이비(Gravy) 소스는 고기를 구운 후 흘러나오는 육즙에 루(roux·밀가루를 버터에 볶은 것)를 넣어 점도를 높인 것이다. 영국에서 개발됐다. 고기에 주로 쓰는데 식재료 맛을 한층 올려준다. 풍미가 좋아 고기 요리에 많이 쓴다. 우스터 소스는 영국 우스터셔(Worcestershire)에 살던 약사 존 윌리 리와 윌리엄 헨리 페린스가 처음 만들었다.

아프리카 원산 콩과의 타마린드에 양파, 마늘, 안초비, 식초, 설탕 등을 넣고 숙성시킨다. 맛간장이랑 비슷하다. 발명자 이름을 딴 ‘리 앤드 페린스’ 회사가 만든 것은 최초의 레시피를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 서양에선 스테이크·바비큐 등 고기 요리에, 동양(일본)에서도 돈가스·야키소바·오코노미야키 등 굽거나 튀긴 요리 등에 쓴다.

‘예상대로’ 영국이 처음 개발한 브라운소스는 토마토가 기본이다. 사골 골수에서 채취한 브라운 스톡을 조려낸 프랑스식도 있다. 에이원(A1) 소스로 익숙한 브라운소스는 원래 채소와 식초가 주성분이라 스테이크나 로스트 비프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앞에 언급한 에스코피에 셰프가 이 소스를 프렌치 스타일로 바꿨다. 루에 구운 사골 육수, 토마토 퓌레와 볶은 양파, 향신료 등을 섞는다.

드레싱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마요네즈(Mayonnaise)다. 계란과 식초, 기름을 섞어 만든다. 프랑스 해군이 마요르카섬에서 영국 해군 격파 기념 축하연을 할 때 대충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어느 나라 해군이 이겼던 간에 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은 지금도 많은 식재료 위에 군림하고 있다. 케첩을 섞은 사우전드 아일랜드 소스(드레싱)부터 피클과 양파를 가미한 타르타르소스 등 많은 소스의 기본이 되고 있다. 열량이 높아 날씨가 추운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좀 더 익숙한 동양식 소스를 알아보자. XO소스는 많이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홍콩에서 만들었다. 말린 가리비를 우려낸 육수에 훠투이(火腿·중국 햄), 갑각류 등을 넣고 볶으며 조려낸 소스다. 값비싼 재료를 쓰니 고급 소스다. 감칠맛과 함께 살짝 매콤한 맛을 낸다.

굴소스도 있다. 이금기 브랜드로 유명하다. 만든 사람이 이금기가 아니다. 19세기 말 광둥성에 살던 리진셩(李錦裳)이 만들었다. 감칠맛 덩어리로 조금만 뿌려도 대번에 재료 맛을 끌어올린다. 국물이나 볶음 요리에 주로 쓴다. 두반장을 쓰는 마파두부소스도 있다. 후난(湖南) 음식답게 고추와 후추, 쇠고기, 라유 등을 섞어 맵고 얼얼한 맛을 낸다.

한국에는 불고기소스, 일본에는 데리야키소스가 있다. 한국은 소스란 말 대신 양념이라 부른다. 양념은 약념(藥念)에서 나온 말이다. 불고기를 재우는 데 쓰는 양념이 달착지근한 불고기 양념이다. 양파와 설탕, 고기 육즙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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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야키소스는 일본 간장에다 다시마 육수, 설탕, 맛술 등을 섞어 만든다. 미국에서 대중화됐다. 바비큐에 적용되며 주목받았다. 주로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쓴다. 볶음밥, 야키니쿠, 찹수이 등을 파는 미국 내 아시안 식당들이 주로 ‘데리야키’란 이름을 내건다. 새큼한 폰즈(ポン酢) 역시 보통명사화됐다. 유자, 시트러스, 귤즙 등을 넣은 일본식 초간장인데 네덜란드어 폰스(Pons·과즙)에서 기원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결합으로 이뤄진 하드웨어가 비로소 제 기능을 하도록 움직인다. 이렇듯 소스는 자칫 단조로운 식재료의 맛을 단박에 끌어올리는 마력을 지녔다. 주방의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공학에서의 소스(source)와 소스(sauce)의 한글 표기가 같은 것은 어쩌면 기막힌 우연이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그레이비 = 로칸다 몽로. 몽로식 족발찜은 잘 삶아내 갈기갈기 찢었다. 얼핏 기름기가 쏙 빠져 뻑뻑해 보이지만 부드러운 그레이비 소스가 이를 대번에 상쇄한다. 족발 특유의 부드러운 기름맛을 가득 품었다. 족발찜 살점을 씹다 보면 첫맛이 달아날 테지만 묵직한 소스가 끝까지 뒷배를 책임진다. 향긋한 고수잎을 씹으면 다시 청량하게 고기를 음미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7길 18 지하층. 족발찜 2만8000원(2인).

◇라구짜장 = 호우섬. 라구(ragu)는 원래 미트소스로 파스타에 쓰는 이탈리안 소스다. 볼로냐식과 나폴리식이 유명한데 이곳은 짜장 베이스 라구소스로 도삭면을 하는 집이다. 곱게 갈아낸 돼지고기가 가득한 라구 짜장 소스가 넓적하고 부드러운 면발과 잘 어우러진다. 야들야들한 면에 섞어 먹으면 고소하고 향긋한 소스 맛이 삼키는 순간까지 간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81. 롯데백화점 13층 식당가 9500원.

◇XO소스 = 진진. 두말할 필요 없이 유명한 집. 대한민국 중식계의 ‘왕사부’로 일컬어지는 왕육성 셰프가 만든 수제 XO소스로 밥을 볶아낸다. XO 특유의 다양한 재료가 스며든 밥에는 불향까지 그득하다. 센 불에 볶아낸 고슬고슬한 밥알에 가리비와 파, 계란이 찰싹 잘 붙어있어 풍부한 맛을 낸다. 소스 속 가리비와 새우맛이 스며들어 여느 볶음밥보다 풍미가 진하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123. 1만1000원(회원가 8800원).

◇칠리 파디 = 58호키엔소바. 싱가포르 새우국수를 일본 라멘식으로 해석한 집인데 상호는 중국 푸젠을 뜻한다. 현지 방언으로 ‘호키엔(福建)’이란다. 뒤엔 소바가 붙었다. 게다가 홍콩식당 청키면가에서 론칭한 집이다. 아무튼 삼발소스로 끓여낸 진한 새우 국물에다 칠리 파디(쥐똥고추소스)를 섞어 먹으면 얼큰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난다. 라조장만 넣어도 국물의 풍미가 좋다.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2길 8 지하 1층. 1만 원.

◇마파두부 = 안동장.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음식점. 분위기도 영락없는 청요릿집이다. 굴짬뽕과 짜장면이 유명하지만 육니(肉泥)와 두반장, 고추기름에 두부를 깍둑 썰어 넣고 만든 마파두부도 맛좋다. 적당히 무게감을 지닌 소스는 그리 맵지 않고 부드럽다. 서울 중구 을지로 124.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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