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트랜스젠더”… 핀란드, 선언만 하면 성별 바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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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2 12:01
업데이트 2023-02-0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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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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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AFP 연합뉴스



의회, 절차 간소화하는 ‘법’ 통과
18세 이상 성전환자 대상으로
의학적 승인절차 없이 변경 가능

스페인도 지난해 12월 법안 마련
스코틀랜드선 영국 거부로 공회전
전세계 성전환자 권리논쟁 가열


핀란드 의회가 1일 트랜스젠더 성별을 법적으로 바꾸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일명 ‘진보적 권리법’을 통과시켰다. 산나 마린(사진) 핀란드 총리가 처리 1순위로 지목했던 법안이 통과되자 보수 진영은 거세게 반발했다. 앞서 스코틀랜드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추진됐지만, 영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성전환자 권리에 대한 국제사회 논쟁이 점점 가열되는 모습이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핀란드 의회는 이날 찬성 113표, 반대 69표로 트랜스젠더 성별 수정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의원 17명은 불참했다. 법안엔 18세 이상 성전환자가 ‘자기 선언’ 과정만 있으면 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진 전문가의 의학적, 정신과적 승인 절차를 거쳐야만 성별을 바꿀 수 있었다. 여기에 의회는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기 전에 불임(不妊)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한 조항도 삭제했다. 시민단체에선 그동안 이 조항을 놓고 “성전환자가 아이를 갖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며 폐지를 주장해왔다.

앞서 마린 총리는 “성전환자 권리를 대폭 강화한 이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남은 내각 임기 2개월 동안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표를 던진 극우 핀란드인당과 보수 기독민주당은 “남성이 탈의실에서 여성을 괴롭힐 수 있는 문을 열었다”는 등의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오는 4월 총선에서 이를 쟁점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내각 연정에 참여한 중앙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는 점도 마린 총리에겐 부담이다.

유럽은 최근 성전환자 권리 확대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뜨거웠다. 지난해 12월 스페인은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의료진 감독 없이 법적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성전환자 권리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영국은 지난달 17일 본인 선택만으로 성별 정정이 가능하도록 한 스코틀랜드 의회 법안에 제동을 걸었다. 영국 정부의 거부권 행사는 1999년 스코틀랜드 의회 출범 이후 처음이었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 남성일 때 여성 두 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범죄자가 여성으로 성전환을 시도한 뒤 선처를 구하고 여성 전용 교도소에 머무는 일까지 발생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핀란드 극우 진영에선 스코틀랜드 사례를 들어 “성별 정정이 쉬워지면 이를 악용하는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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