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콩’으로 버거를 만든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2-03 11:46
  • 업데이트 2023-02-0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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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콩과식물 레그헤모글로빈 사용
쇠고기 색 패티로 버거 만들어

대체육서 육즙까지 흘러나오니
진짜 육류와 구분 어려울 정도

채식주의자들에 당연히 인기
곤충식품과 음식세계 개척자


생물 중에 신통방통한 것이 있으니, 바로 콩과식물의 뿌리혹에 든 뿌리혹세균(근류세균, 根瘤細菌)이다! 콩과식물의 뿌리혹은 공중에 흐드러지게 널려 있는 유리질소(遊離窒素, free nitrogen)를 고정하는 비료 공장이다. 사람들은 비싼 돈 들여서 뿌리혹세균들의 질소고정을 흉내 내어 화학 비료 공장에서 질소비료를 만들어낸다. 또, 과학자들은 뿌리혹세균들의 ‘질소고정 유전인자(DNA)’를 벼나 밀 따위의 곡식 세포에 집어넣어 질소비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식물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콩과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는 공생(共生, symbiosis)한다. 그리고 콩과식물에는 땅콩, 콩, 팥, 토끼풀, 아까시나무, 싸리나무, 등나무, 칡들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흔히들 ‘아카시아’로 알고 있는 아카시아와 ‘아까시나무’는 다른 나무 식물이다. 그래서 ‘동구 밭 과수원 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에서 ‘아카시아꽃’은 ‘아까시나무꽃’이 맞다. ‘아카시아(acasia)’는 아프리카·호주가 원산(原産)이고, ‘아까시나무(false acasia)’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둘 다 콩과식물이지만, 다른 종(種)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꿀을 따는 콩과식물은 ‘아까시나무’이고, 아프리카의 기린이 따먹는 날카로운 가시가 많은 나무가 ‘아카시아’이다.

암튼 콩과식물의 뿌리혹세균(박테리아)은 숙주식물(宿主植物)인 콩과식물의 뿌리에 삶터(shelter)를 얻을뿐더러 숙주식물에서 받은 영양분으로 살아간다. 대신 공기 중의 유리질소를 고정(固定, fixation)하여 그것을 콩과식물에 제공한다. 뿌리혹세균과 콩과식물이 주고받는 더불어 사는 모습은 서로 없인 못 사는 금실(琴瑟) 좋은 부부의 모습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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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나 토끼풀을 꽃삽으로 조심스레 뽑아보면, 뿌리에 동글동글한 뿌리혹(근류, 根瘤, root nodule)이 많이 있는데, 그 혹 속에는 현미경으로 보이는 근류세균이 가득 들었다. 콩과식물의 뿌리혹에 든 질소고정세균들은 공기의 78%를 차지하는 유리질소를 암모니아나 암모늄으로 만들고, 또 암모늄을 질산으로 바꾸며, 또다시 질산을 식물에 흡수되는 질산염으로 바꾼다. 이렇게 뿌리혹세균들은 숙주(콩과) 식물의 뿌리에서 고정한, 단백질의 주요 구성 원소인 질소 성분을 콩과식물에 제공하고, 대신 숙주식물에서 탄수화물 등의 영양분을 얻어 쓴다. 그래서 콩과식물과 뿌리혹세균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우주 같은 인연’인 상리공생(相利共生, mutualism)을 한다.

그런데 요새 와서 각광(脚光)을 받는 것이 있으니, 콩과식물의 뿌리혹에 들어 있는 붉은 물질인 레그헤모글로빈(leghemoglobin)이다. ‘leghemoglobin’은 ‘legume(콩)+hemoglobin(헤모글로빈)’의 준말로, 콩헤모글로빈 또는 근류혈색소(根瘤血色素)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뿌리혹을 짜개서 으깨보면 빨간 피 같은 물질이 나오니, 그것이 바로 ‘레그헤모글로빈’이다. 그래서 이 레그헤모글로빈을 음식에 섞어 육류(肉類) 흉내를 낸다고 하니, 그것이 근래 유행을 타고 있는 고기를 대신하는 대체육(代替肉, alternative meat)이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헤모글로빈은 적혈구(붉은피톨)에 든 빨간 색소 단백질로, 산소와의 결합력이 매우 강하여 포유동물 혈액에서 산소를 결합해 각 조직(組織)에 옮겨준다. 그리고 식물인데도 불구하고 콩과식물의 뿌리혹에서만은 특별나게 헤모글로빈과 비슷한 레그헤모글로빈 단백질을 만들어서 많은 양의 산소를 붙잡아두고 그것은 질소고정에 쓴다.

덧붙이면, 콩과식물의 뿌리혹세균의 질소고정 효소(니트로게나제, nitrogenase)는 산소(酸素, oxygen) 농도에 무척 예민하여, 산소(O₂)가 넉넉히 있어야 효소의 촉매 기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식물들은 산소를 잎의 기공을 통해 받으며, 심지어 낮에는 광합성을 하여 직접 잎에서 산소를 만들므로 산소가 따로 필요가 없다. 그래서 보통 식물들은 레그헤모글로빈이 전혀 없다. 그런데 콩과식물(뿌리혹)에서만은 식물인데도 특별히 산소가 많이 쓰이므로 레그헤모글로빈을 만든다.

생물들은 산소가 부족하면 산소를 가장 잘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콩과식물이 갖는 레그헤모글로빈은 놀랍게도 산소 결합력이 사람의 헤모글로빈보다 10배나 더 세다고 한다. 그리고 레그헤모글로빈은 동물의 헤모글로빈보다 오히려 근육(힘살) 속에 들어 있는 붉은 미오글로빈(myoglobin, 근혈색소, 筋血色素) 색소 물질을 더 닮았다. 아무튼, 콩의 레그헤모글로빈을 육류의 헤모글로빈을 대신하여 쓰게 되었고, 레그헤모글로빈에서 살아 있는 육즙(肉汁)을 얻어서 고운 색깔, 향기로운 맛, 부드러운 육질과 식감까지 빼닮은 대체육을 만들게 되었다.

거듭 말해서 콩과식물의 뿌리혹에 있는 레그헤모글로빈은 철(Fe)을 함유한 동물의 헤모글로빈(Hb)과 유사한 구조인데(두 물질은 같은 뿌리에서 진화함), 2021년에 맥도날드(McDonald’s)에서는 대두 뿌리혹에서 추출한 레그헤모글로빈으로 쇠고기 색을 낸 패티(patty)를 넣어 ‘임파서블 버거(impossible burg)’를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대체육이 다른 육류처럼 구수하면서 육즙까지 흘러나오니 채식주의자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레그헤모글로빈을 사용한 대체육은 진짜 육류와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며, 이렇게 대체육과 여러 곤충 식품이 음식 세계의 새로운 개척자로 자리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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