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다녀온 나만 바보”… 병력단절자들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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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3 11:50
업데이트 2023-02-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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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병역 비리 수사를 보니, 군대를 다녀온 내가 바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해 6월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댄서 A(24) 씨는 “댄서는 20대 초반이 정말 중요한데, 이런 시기에 ‘나만 군에서 썩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뇌전증 진단을 이용해 병역 면탈을 시도하다 붙잡힌 브로커 일당과 그 의뢰인들의 이름이 언론에 보도되자,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대 청년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게임의 룰’을 허무는 생생한 반칙 사례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대 초중반에 전성기가 오는 직업군 종사자들의 허탈감은 더욱 크다. 이들은 입대로 인해 경력이 끊기는 이른바 ‘병’력 단절을 감수하고 군대를 다녀온다. 댄서로 활동하고 있는 윤강현(28) 씨는 2018년 군 복무 시절 무거운 장비와 무기들을 들다 무릎과 허리를 다쳤고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씨는 “댄서들은 업계에서 잊히는 것에 대한 불안, 연습 부족, 부상 걱정을 안고 군대에 간다”고 말했다. 입대를 앞두고 있는 모델 권모(28) 씨는 “모델에게 20대의 18개월(군 복무 기간)은 평생의 인기와 부를 결정할 수도 있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평하다고 생각했던 제도가 다른 사람의 편법으로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생각이 들면 사회적 박탈감과 사회에 대한 반항심, 분노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역 비리 수사를 지속하고 있는 검찰은 브로커 몇 명만 잡아들이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돈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병역 비리의 고리를 끊어내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무한 경쟁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오늘도 대입·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미래 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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