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 등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용적률 상향… 착공은 5년 이상 걸릴 듯[10문10답]

  • 문화일보
  • 입력 2023-02-14 08:58
  • 업데이트 2023-02-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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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1기 신도시 특별법

20년 이상 100만㎡ 택지 대상
1기 신도시외 목동 등도 가능

리모델링땐 가구수 증가 허용
주택 10만호 공급 기반 마련

부동산 침체로 추진동력 하락
‘최대 걸림돌’ 재초환도 여전

특별법 이달말 국회 발의돼도
주민의견 수렴 등 시간 필요


정부가 지난 6일 1기 신도시 재건축과 전국 노후계획도시들의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근거법으로‘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했다. 안전진단 대폭 간소화, 파격적인 용적률 상향이 핵심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다만, 이번 특별법 제정이 끝은 아니다. 곧장 재건축 착공으로 이어지기까진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주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정비사업 추진의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손뼉을 마주 쳐야 할 지점도 있다.

1. 1기 신도시 특별법이란

정식 명칭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국토교통부는 ‘1기 신도시 정비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제7차 전체회의를 열고, 경기도 내 1기 신도시(성남 분당·군포 산본·고양 일산·부천 중동·안양 평촌) 등 노후계획도시의 광역적 정비를 질서 있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기 신도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확정 발표했다. 1기 신도시는 1989년 4월 건설계획 발표 이후 1991년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현재 1기 신도시 거주 인구만 117만여 명이 넘는 수준이다. 준공 30년을 넘기며 아파트뿐만 아니라 교통 등 인프라도 노후화해 주민들의 재건축 요구가 이어졌다.

2. 특별법은 어떻게 마련됐나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중장기 과제 검토’란 얘기가 돌며 공약파기 논란이 일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첫 부동산 정책인 ‘8·16 대책’에서도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을 2024년에 완료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신도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선 공약을 파기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1기 신도시처럼 도시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은 5년 이상 걸리는 게 통상적”이라며 “마스터플랜 수립에 1년 6개월 정도 걸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후 공급대책 발표 1주일 만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담 TF를 확대 개편하고 마스터플랜 연구용역 발주를 발표하며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붙였다.

3. 특별법 적용대상은

특별법이 적용되는 ‘노후계획도시’란 ‘택지개발촉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을 말한다. 통상적인 시설물 노후도 기준인 30년이 아닌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으로 기준을 설정해 도시가 노후화하기 이전에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게 국토부 측의 설명이다. 대상 지역은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택지지구, 지방 거점 신도시 등이다. 국토부는 택지지구를 분할해 개발한 경우를 고려해 시행령을 통해 하나의 택지지구가 100만㎡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라도 인접·연접한 2개 이상의 택지 면적의 합이 100만㎡ 이상이거나, 택지지구와 함께 동일한 생활권을 구성하는 연접 노후 구도심(시행령에서 구체화) 등도 하나의 노후계획도시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별법에 따라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광주 상무, 인천 연수지구, 서울 목동·노원·상계 등도 대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 적용대상이 되려면 지자체장이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20년 이상 된 모든 노후계획도시가 무조건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4. 노후도시 정비 추진체계는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은 ‘투트랙’으로 추진된다. 정부가 기본적인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지자체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방침’을, 지자체는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을 각각 수립해 정비사업 추진 근거를 명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 장관이 수립하는 기본방침은 지자체가 수립하는 기본계획의 가이드라인 성격이다. 노후계획도시정비의 목표와 기본방향, 기본전략, 기반시설 확보와 이주대책 수립, 선도지구 지정의 원칙, 도시 재창조 사업 유형 등이 제시된다. 기본계획은 특정 노후계획도시를 대상으로 시장·군수가 수립하는 행정계획으로 기본방침과 같이 10년 주기로 수립하며 5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한다. 여기엔 노후계획도시의 공간적 범위, 해당 지역 내 특별정비(예정)구역 및 선도지구 지정계획, 기반시설 확충 및 특례 적용 세부 계획이 담긴다. 또 기본계획, 기본방침 등을 심의하기 위한 심의기구로 국토부엔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위원회’와 실무위원회, 지자체엔 ‘지방노후계획도시정비위원회’를 설치한다.

5. 특별정비구역 특례 및 지원은

정부는 특별정비구역에 여러 특례와 지원사항을 부여한다. 공익적 목적에 대한 혜택이기도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 등을 고려해 재건축 동력을 확보해 사업성을 높여주기 위한 목적도 크다. 재건축 안전진단의 경우,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 시장·군수 등 지정권자는 도시정비법에서 정하는 기준보다 완화된 안전진단 기준(시행령 규정 예정)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자족 기능 향상, 대규모 기반시설 확충과 같이 사업 공공성이 확보되는 경우(세부요건은 대통령령·기본방침에서 제시)엔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곧바로 특별정비구역 지정·계획수립 등 사업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주택 10만 호 공급 기반 마련’이라는 공약 실천을 위해 용적률 규제는 종상향 수준(예: 2종→3종·준주거 등, 시행령 규정)으로 최대 500%까지 완화한다. 용도지역도 지역 여건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리모델링의 경우에도 특별정비구역 내 가구 수 추가 확보 효과를 고려하여 현행(15% 이내 증가)보다 가구 수 증가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특별정비구역 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는 통합심의 절차를 적용하고, 각 지자체가 통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절차를 진행·완료한 경우엔 개별법에 따른 위원회 심의를 모두 거친 것으로 보는 규정을 담았다.

6. 재건축이 가능한 시점은

국토부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이달 말 국회에 발의키로 했다. 여야 모두 1기 신도시 특별법 필요성에 공감하고, 경기도와 1기 신도시 지역 지자체장들이 법안에 동의하고 있어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정비사업 자체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인 데다, 향후 추진 과정에서 갖가지 이슈들이 추진 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대규모 정비사업이란 점에서 여러 시행착오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천차만별인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한다. 교통 등 도시 인프라 구축 및 우선 개발이 추진될 각 신도시 내 선도지구 지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착공은 앞으로 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 지자체 요구사항은

신도시 대표 격인 ‘1기 신도시’를 보유한 경기도 내 각 기초단체들은 이번 특별법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각 신도시가 안고 있는 ‘특수성’을 정부도 고려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동환 경기 고양시장은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 “용적률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에서 결정할 수 있게 한 부분은 의미가 있지만, 주거환경에 인프라 확보가 되지 않는 지역이 적지 않아 조정 과정에서 지자체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프라 관련 기준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대호 안양시장도 “기반시설이 부족한데 용적률을 높였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용익 부천시장과 신상진 성남시장은 재건축 기간 내 발생할 해당 지역민들의 이주 공간 마련 등에 대해 정부가 대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8. 지방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이번 특별법의 정식 명칭을 ‘1기 신도시’가 아닌 ‘노후계획도시’라고 지은 이유는 기존 대규모 택지 정비계획이 수도권 신도시 위주로 진행됐다는 비판 때문이다. 수도권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출범 후 국토부는 전담 조직을 만들어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노후계획도시가 많은 비수도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산의 경우 해운대 그린시티와 화명2지구가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단기에 주택 공급이 가능한 고밀도 주거단지로 만들어져 자족성이 부족한 데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기반시설도 노후화가 심화하고 있는 곳이다. 대전 둔산·노은, 광주 상무, 대구 성서지구 등이 노후계획도시로 꼽히는데, 정부는 이들 중 택지지구가 100만㎡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인접하거나 연접한 2개 이상 택지 면적의 합이 100만㎡ 이상이면 노후계획도시에 포함하거나, 택지지구와 붙어있는 노후 구도심도 노후계획도시에 넣어 지역 차별 논란을 불식한다는 계획이다.

9. 부동산 시장 반응은

정부가 발표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두고 부동산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은 어렵게 계획 중인 사업에 방해가 될까 불쾌감을 드러내는 반면,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은 규제 완화에 따른 사업성 제고 및 속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평촌과 산본 등 1기 신도시 중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는 총 18개다. 대부분 용적률이 200% 초반대에 소형 면적 비중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는데, 특별법으로 재건축 사업성 확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특별법의 이점이 있다면 재건축으로 무게 추가 옮겨갈 수 있다”며 “다만 리모델링에서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진다면, 같은 단지 안에서도 동에 따라 리모델링 추진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 시장과 전문가가 보는 향후 과제는

부동산 업계에서는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대표 규제이자 ‘대못’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1기 신도시 특별법 효과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해 9월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재초환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며 “재초환 규제가 여전한 이상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반발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재초환 완화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게 아쉬운 지점”이라며 “과감하게 폐지를 하는 것이 옳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1주택자에 한해서라도 100% 감면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전문가는 “각종 특례가 집중되기 때문에 초과이익 환수의 적정 수준에 대한 논쟁도 커질 것”이라며 “재초환 완화나 폐지 등이 일부 집주인의 배를 불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박정민·이승주 기자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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