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기기 ‘3·3·3 지원’… 엔데믹 시대 ‘수출길’ 미리 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디지털 등 신기술을 장착한 ‘K-의료기기’를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혁신하고 개발부터 출시까지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식약처, 선제적 지원체계 확립

체외진단기기 등 비교 우위
미국 · 독일 등 거점국가서 전시회
해외진출 장벽 해소 팔 걷어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완화
민 · 관 · 학 전문가 자문 나서고
개발 ~ 출시까지 전주기 지원

오는 4월 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 세계가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국면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는 기존 경제·사회 질서를 바꿀 만큼 위력을 떨쳤지만 의료·의약품 산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전 세계 국가들은 백신 개발과 확보를 외교·안보 차원에서 다뤘고, 의약품 개발 투자·수출의 중요성을 재환기시켰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의료·의약품 산업이 단순 산업이 아니라 ‘미래 먹거리’로 다뤄져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K-의료기기 공급 및 선제적 수출 지원체계 확립을 중요 업무 추진방향으로 잡았다. 국내 기업들이 신약·의료기기 개발 이후 정부가 공급처를 확보하고 선제적이고 실효적인 지원을 돕겠다는 의도다.

◇K-의료기기 전략적 지원 및 선제 지원 = 식약처는 올해 의료기기 분야에서 △K-의료기기 전략적 지원을 위한 수출성장 토대 마련 △디지털 의료제품 등 규제 혁신을 통한 선제적 지원 △사회적 가치 및 새로운 변화를 반영한 의료기기 안전망 고도화 △국민 서비스 강화를 위한 의료기기 디지털 행정혁신 추진 등을 4대 전략으로 설정했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주목받는 유망 K-의료기기를 전략적으로 지원해 수출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디지털 등 신기술 의료기기 등의 신속 시장진입을 위한 선제적 규제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거점보관소를 확대해 부작용 피해배상 마련 등 환자 중심의 안전관리 강화로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고, 국민에 대한 서비스 강화를 위해 의료기기 디지털 행정혁신을 추진할 방침이다. 21일 식약처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질병의 예방·진단과 일상 속 건강관리에 대한 수요 증가에 따라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디지털기술 등 신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는 생활 속 질병 예방·건강관리는 물론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의료기기 제조업체 생산액 중 약 80% 이상이 수출이다. 대부분의 생산이 수출 의존적이지만, 2021년 기준 수출 1억 달러 이상 업체는 10개에 불과하다. 특히 100만 달러 미만 스타트업·중소규모 업체는 전체의 66%를 차지한다. 정부는 K-의료기기 중 국내 비교우위가 있어 글로벌 신수요창출이 가능한 3개 제품군의 30개 품목에 대한 3년간 집중지원을 추진(3·3·3 수출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그간 수출실적·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고려해 △신기술적용의료기기(디지털·신개발의료기기 등) △체외진단의료기기 △영상진단장비 등 3개 제품군의 유망품목 30개를 선정해 3년간 수출을 지원한다. 또한 대외적으로 K-의료기기 해외진출장벽 해소를 위한 세계 거점국가 전시회 현장지원 및 규제당국자 간 양자협력을 추진한다. 거점국가로는 미국과 아시아(아랍에미리트·UAE, 베트남), 유럽(독일) 등 주요 의료기기 전시회 개최국가를 선정했다.

◇맞춤형 규제지원으로 시장 진입 촉진 = 의약품 신기술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규제다. 국내 첨단바이오의약품 업체는 영세하거나 신규 벤처기업이 대부분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규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의약품 개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안전을 지키면서도 규제를 완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새로운 첨단기술이 융합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물품 분류에서 시설기준과 평가방법 마련 등 시장 출시에 이르기까지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질병이나 희귀·난치성 질환 등의 치료·예방의 대안으로서 마이크로바이옴, mRNA 백신 등 새로운 첨단 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부터 ‘식약처 규제혁신 100대 과제’의 일환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등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의 분류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다이나믹바이오’(민관협의체) 품목분류위원회를 신설·운영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신속시장 진입을 위한 맞춤형 규제지원’을 통해 업체의 분류 신청 또는 국내외 기술·임상 동향 등을 고려해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품목을 발굴하고 통합적·체계적인 지원 및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담부서(바이오의약품정책과)를 지정했다. 정부는 규제 지원을 위해 국내외 개발 동향을 고려한 차세대 개발지원 품목을 발굴해 통합적 체계적 지원·관리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외부 자문이 필요한 경우 바이오의약품 민·관·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자문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의약품 개발업체들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고부가가치의 신개발 제품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을 부양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