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남측 자산 철거하면서 남겨둔 ‘고급’ 시설들, 누가 쓰려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19년 10월 2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 하면서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2019년 10월 김정은 "싹 들어내라" 지시
위성사진에서 해금강호텔 등 철거된 흔적
"골프장 내 고급부대시설 재활용 계획" 분석




북한이 금강산 일대의 한국 정부 및 민간 기업 소유 관광 시설을 철거하며 골프장 내 일부 고급 시설들은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2번째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결렬된 ‘하노이 노딜’ 이후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바 있다.

2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가 지난 8일 북한 강원도 고성군 고성항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 재산인 금강산 관광시설에 대한 철거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RFA는 우선 강원도 고성항의 해금강호텔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해금강호텔은 세계 최초 7층 수상 호텔로 호주 기업인이 건설했으며, 한국의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이 인수해 금강산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주로 사용한 곳이다. 그러나 이번 위성사진 판독 결과 선착장에 있던 호텔은 사라졌으며 부두 안쪽 공터에 호텔을 철거하며 나온 것으로 보이는 잔해가 널려져 있었다고 RFA는 전했다.

또 고성항 해금강호텔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는 고성항횟집과 금강패밀리호텔도 다 철거됐다. 금강패밀리호텔 뒤편으로 간이주택 19동도 있었지만,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RFA는 분석했다.

한편 호텔 리조트 기업인 아난티가 세계 10대 리조트를 꿈꾸며 완공한 골프장과 리조트 시설도 대부분 철거됐다고 RFA는 전했다. 다만 리조트 시설 중에는 현재 고급 부대시설인 금강펜션타운과 캠핑카 주차장 시설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향후 재활용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성학 경북대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은 RFA에 "아난티 골프장에 안내실, 회의장, 온천, 스파, 사우나, 헬스장 등을 고루 갖춘 것으로 알려진 복합 부대시설이 있는데 이것도 그대로 남아있다"며 "향후 철거보다는 재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꼬 말했다. 정 부소장은 또 "남측 시설을 완전히 철거한 이후 새로 전개될 북한식 관광지구 건설 동향이 이루어질 것 같다"며 "예의주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남측 시설 및 민간 자산 철거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RFA에 "북한의 일방적인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는 명백한 남북 합의 위반이자 우리 재산권에 대한 불법적 침해"라며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또 "향후 북한의 추가 철거 동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예의 주시하는 한편,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8년 겨울부터 10년 가까이 운영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한국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전격 중단됐다. 이후 금강산 내 한국 소유 시설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이용돼 오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봉쇄로 사실상 완전히 폐쇄된 상태였다.

또 김 위원장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물인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합의했지만,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을 이유로 관광이 재개되지 않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별다른 제재 해제가 이뤄지지 않자 금강산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지난 2019년 10월 23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지도하고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등 남측에서 건설한 시설들을 돌아봤다고 전했다.당시 김 위원장이 이들 시설에 대해 "민족성이라는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건축미학적으로 심히 낙후" "건설장의 가설건물을 방불케 하는" "자연경관에 손해"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이에 당시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