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자연이 사람을 품은 음양조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경오, 품다, FRP에 음각양각, 230×70×35㎝, 2014.

이재언 미술평론가

“안녕하세요.” 산행 중 인사를 건네는 ‘산중처사’를 만나는 날은 기분도 상쾌해진다. 인사는 향기요 비타민이다. 먼저 인사를 건네기가 여전히 쑥스럽다. 하지만 딱 한마디 선뜻 건네는 인사가 모두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나 하나 꽃피어.…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 결국 풀밭이 온통 /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나무들은 서로 소통할 때, 동물의 페로몬과 비슷한 향기를 분비한다고 한다. 인사를 할 때 향기를 발산하는 것은 나무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다. 국경오의 이색적 조각 ‘품다’는 다프네(Daphne)의 새로운 버전이다. 나무의 향이 감도는 듯한 재질감과 의인화 표현에서 아우라와 신비감이 느껴진다. 그에게는 나무가 사람이고 사람이 나무다.

남녀의 포옹이지만, 자연이 사람을 안아주고 있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톤과 결, 음양의 대비가 그렇게 말해준다.

나무와 사람이 하나 되는 표현도 독특하지만, 섭리와 음양 조화의 메시지를 조형화하는 발상이 기발하다. 나무는 사람이 되고, 또 사람은 나무가 되는 자연의 순환과 환생은 신화가 아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