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국가적 도박 될 독자핵무장… 한국·일본 동시 추진이 최선 시나리오[Deep Read]

  • 문화일보
  • 입력 2023-03-0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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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준의 Deep Read - 독자핵무장 선결과제

국내에선 자체 핵무장 지지 여론 높지만… 나홀로 감행 땐 국제사회 제재 등으로 가시밭길
한국, 일본과 함께 진행하면 미국 압력·제재 최소화할 수도… 불편한 양국 관계 개선 전제될 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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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북 핵억지력을 위한 독자 핵무장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은 70%를 넘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이 두 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했던 2016년 당시의 그것과 비교하더라도 20%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북한이 핵 도발 협박을 일삼고 핵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한 비핵화론’의 맹점이 속속 드러난 상황이어서 독자 핵무장론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핵무장은 국제사회의 엄혹한 제재와 압박을 불러 자칫 국가적 도박이 될 수 있다. 독자 핵무장이 현실성을 가지려면 어떤 전제가 필요할까.

◇차단된 기회의 창

이 문제는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언급을 계기로 국제적 관심사로 급부상했는데, 정부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회·학계에서 지속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위협적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고 조만간 전술핵무기 개발을 위한 7차 핵실험도 실시할 전망이어서, 한국의 독자 핵무장 문제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이 1945년 최초 핵실험을 실시한 이래 핵무기는 다른 어떤 무기로도 대응이 불가능한 절대무기로 등장했다. 그 때문에 핵을 보유하려는 강대국들의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졌고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핵 보유국에 합류했다. 이 국가들이 더 이상의 핵확산을 막고자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채택하면서 기회의 창은 차단됐다. NPT 체제는 강력한 감시체제와 경제제재를 통해 추가 핵 보유국의 출현을 저지하고 있는데, 그 저지선을 뚫고 핵무기를 보유하려면 많은 것을 희생하고 포기해야 하는 가시밭길을 가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 NPT 가입을 거부하면서 공공연한 핵 개발 의지를 표출했던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핵무장에 성공했다. 이스라엘은 NPT 출범 직전 핵실험도 없이 핵무기 제조에 성공했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1974년과 1998년 각각 최초 핵실험에 성공했으나 미국, 일본 등의 경제제재를 받았다. 이들과는 달리 북한과 이란처럼 NPT 가입 후 몰래 핵무장을 시도하다 발각되면 유엔 차원의 훨씬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 이는 국가적 생존까지 위협할 만큼 뼈아픈 제재여서 지켜야 할 것이 많은 나라는 선택하기 어려운 험난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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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 대가

북한 핵에 대응하는 최선의 길은 독자 핵무장이며, 그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한국이 핵무장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너무도 많은 것을 걸고 국가적 도박을 해야 하므로, 원론적 당위성이나 낭만적 애국심 이상의 명확한 현실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요즘 ‘미국의 용인 가능성’을 전제로 독자 핵무장론이 무성하지만 이는 우리만의 희망사항이다. 남북한에 이어 이란,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브라질 등의 핵무장 도미노에 직면하게 될 미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비현실적 가정이다.

한국이 이란처럼 NPT 회원국으로 남아 몰래 핵무장을 추진하든, 또는 북한처럼 NPT 탈퇴 후 공공연히 핵무장을 하든, 그에 따른 대가는 치러야 한다. 단지 그 대가를 얼마나 싸고 짧게 치르느냐의 문제가 남을 뿐이다. 게다가 북한의 핵 개발은 중국과 러시아가 나서서 비호를 해왔지만 한국의 경우는 비호해줄 나라도 딱히 없어 보인다.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세 갈래 압박이 예상된다. 첫째, 국제협정에 따른 원전 핵연료의 공급 중단이다. 한국이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핵연료의 공급 중단은 국내 원전의 전면 가동 중단을 의미한다. 둘째, 한국에 대한 유엔과 미국 등 개별국가 차원의 경제 제재다. 제조업과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경제 파탄, 기업 도산, 에너지난 등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셋째, 미국의 한·미동맹 격하 압박이다. 1970년대 말 박정희 대통령의 핵무장 추진을 좌절시킨 결정타는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위협이었다.

◇선결 과제

이런 험난한 장벽들 때문에 독자 핵무장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강행해야 할 극한 상황이 도래하지 않는 한 선택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외교적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고, 제재를 받더라도 단기간에 그치도록 장기계획을 세워 철저한 사전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

첫째, 미국이 한국에 대해 최고 수준의 신뢰를 갖도록 집중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국·중국·북한 사이를 배회하며 불신을 조장해 온 외교 행태를 청산하고 범세계적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 영국이나 일본에 준하는 확고한 대미 협력으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미·중 대결, 대만 문제, 남중국해, 미사일 방어 문제 등 예민한 안보 현안에서 미국 및 자유민주 진영과 함께 하는 견고한 결속을 통해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국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야 한다.

둘째, 핵 프로그램을 정부가 책임지고 극비리에 추진해 최단기간 내에 완성함으로써 경제제재 등 부작용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교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과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이 일주일이면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일본은 핵무장에 필요한 초대형 재처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저농축 핵물질 등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어 핵물질 추가 농축과 기폭장치 제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반면 이들 인프라가 전무한 한국은 시설 건설에만 최소 1∼2년이 걸리므로 장기적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한국의 핵 개발 움직임이 포착되면 북한은 무력행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강력한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포함해 철저한 군사적 대비 태세를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최선의 시나리오

독자 핵무장을 할 때 최고 난제는 고농축 핵물질 확보다. 이를 위해선 북한의 영변 핵시설처럼 거대한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이나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과거 해외로부터 핵물질을 밀반입해 핵실험도 없이 핵무기를 제조했기에 핵 보유를 시인한 적도 없고 국제적 제재도 없었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북한과 중국의 핵 위협으로 극단적 정세 악화가 초래될 경우 한국과 일본이 동시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양국이 협력하고 의지하면서 단기간에 핵무장을 동시 완료한다면 미국의 정치적 압력을 분산시키고 국제사회의 제재도 극소화하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선례에 버금가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을 것이나, 현재와 같이 불편한 한·일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전 외교부 북핵 대사

■용어설명

‘핵무장 도미노’는 비핵보유국인 특정 국가의 핵무장이 다른 나라들의 핵 개발을 불러온다는 것. 한국의 핵 보유가 일본·대만과 동아시아·중동·남미로 연쇄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있음.

‘NPT’는 비핵보유국이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과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양여하는 것을 동시에 금지하는 다국적조약. 북한은 1985년 가입했다가 1993년 탈퇴 선언한 후 핵 개발.

■ 세줄요약

차단된 기회의 창 : 공식 핵보유국인 미·러·영·불·중이 핵확산을 막으려 1968년 NPT 체제를 구축하면서 한국엔 기회의 창이 차단. 그런 가운데 ‘독자 핵무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국제적 관심사로 급부상.

핵무장 대가 : 북핵에 대응하는 최선의 길은 독자 핵무장이지만 한국이 이를 실행하려면 국가적 도박을 해야. 핵연료 공급 중단, 유엔과 개별국가의 경제제재, 미국의 한·미동맹 격하 압박 등을 이겨내야 하는 험난한 길임.

선결 과제 : 미국의 신뢰를 최고로 끌어올리고, 경제제재 부작용 최소화 계획을 세우며, 철저한 군사적 대비 태세를 사전에 마련해야. 최선의 방안은 한·일 동시 핵무장으로 미국 압력을 분산시키고 제재를 극소화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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