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C가 신성장동력”… 뇌파 분석 ‘꿀잠’ 돕는 슬립테크 공략[위기극복, R&D로 돌파구 찾는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3-02 08:59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노승표(45) LG전자 CIC 슬립웨이브 컴퍼니 대표가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수면 케어 솔루션 ‘브리즈(brid.zzz)’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브리즈는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김동훈 기자



■ 위기극복, R&D로 돌파구 찾는다 - (5) LG그룹

LG전자 ‘슬립웨이브 컴퍼니’
2년전 출범… 현재 직원 10명
상반기 첫 제품 ‘브리즈’ 출시

자장가 등 음원 80여개 탑재
잠 드는 시간 절반이나 줄여

LG엔솔도 CIC 2곳 본격 활동
미래 신사업 발굴 전폭 지원


“잠을 연구하니까 동료들끼리 처음엔 ‘아무 때나 잘 수 있겠다, 우리 직업 너무 좋다’고 했었죠. 그런데 여러 크기의 딱딱한 실리콘 수십 종을 귀에 바꿔 끼면서 자다 보니까 더 잠을 설치게 되더군요.”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노승표(45) LG전자 사내독립기업(CIC·Company In Company) 슬립웨이브 컴퍼니 대표는 귀에 착용해 더 빨리, 깊이 잘 수 있도록 돕는 ‘브리즈(brid.zzz)’를 연구하면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최종본을 내놓기 위해 수많은 실리콘 형체를 끼고 직접 자다 보니 되레 잠을 설쳤다는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노 대표는 “귀에 안 맞는 실리콘 때문에 오히려 불면증이 생기는 직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CIC로서 특유의 도전 정신이 엿보였다. CIC는 회사 내에 설립된 별도 기업체로 자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다. 이미 캡슐형 맥주 제조기 ‘홈브루’, 식물재배기 ‘틔운’ 등의 성공 사례가 나왔다. 작고 유연한 조직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LG전자의 CIC ‘슬립웨이브 컴퍼니’가 개발한 브리즈는 개인별 뇌파를 분석해 수면을 돕는 소리를 들려주고, 수면 상태를 분석하는 수면 케어 솔루션이다. 평균 15년 경력의 엔지니어 10명이 합세해 슬립웨이브 컴퍼니를 꾸렸다. 이들은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의료공학 전공자들이다. 지난 2020년 6월 기획을 시작한 이 아이템은 같은 해 12월 1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LG전자 사내벤처 공모전에 뽑혔고, 이듬해인 2021년 1월 서초구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기술검증과 연구에 들어갔다. 이는 올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존 웨어러블 기기가 수면 시간을 측정해주는 데에만 그쳤다면, 브리즈는 개인별 뇌파를 측정해 수면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게 차이라고 노 대표는 설명했다. 브리즈엔 ‘뇌파 동조 사운드’를 포함, 자장가와 자연 ASMR 등 음원 80여 개가 탑재됐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브리즈 시제품을 껴보니 흐르는 시냇물 사이 바위에 앉아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소리가 생생했다. 음악이나 유튜브 영상 등에 뇌파 동조 사운드를 더해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5월에서 12월까지 7개월간 성인 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대학병원의 실험에 따르면, 잠에 들기까지 시간은 평균 51.2%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브리즈를 체험하기 위한 대기줄이 길게 늘어지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슬립웨이브 컴퍼니가 입주한 공유오피스는 LG전자 CIC 육성 조직인 ‘팩토리(Factory)10’ 소속 CIC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장소다. LG전자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등 LG 그룹 계열사들은 이 같은 각양각색의 CIC를 통해 성장 동력을 키워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10월 쿠루(KooRoo)와 에이블(AVEL) 등 CIC 총 2곳을 본격 출범했다. 쿠루는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 관련 사업을, 에이블은 에너지 전력망 통합관리(EA) 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CIC가 관련 사업부의 전방위적 지원을 받으며 신속하게 사업 운영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기존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독립기업들을 조직해 보다 신속하고 민첩한 신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역시 CIC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21년 사내벤처로 시작해 지난해 7월 분사에 성공한 CIC ‘얼롱(Along)’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얼롱은 반려 가족을 위한 프라이빗 나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얼롱이 지난해 4월 출시한 국내 최초의 반려 가족 나들이 장소 예약 플랫폼 ‘마당 스페이스’의 2022년 한 해 누적 매출은 1억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LG 주력사업 고도화 전략

올 ‘2세대 탠덤 OLED’ 양산 돌입… 전장·배터리 부문도 속도


LG그룹 주요 전자 계열사들이 연구·개발(R&D) 분야의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가전, 올레드(OLED) TV, 전장, 배터리 사업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들어 주력 사업인 가전은 물론, 전장과 전기차 충전 솔루션을 사업 포트폴리오에 새로 추가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을 하루 앞둔 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 ‘LG 월드 프리미어’를 열고 최근 10년간의 혁신 성과를 소개했다.

조 사장은 OLED TV, 차량용 부품 솔루션 사업, UP가전 ‘무드업 냉장고’ 등을 혁신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이러한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는 물론 외부 협력을 지속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전 세계 전략적 파트너와 협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지난 202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신설한 이노베이션센터(LG NOVA)를 소개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투명 OLED 등의 R&D를 확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CES에서 처음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전용 부스를 마련했다.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OLED 분야에서 특히 차별화하고 있는 기술은 탠덤(Tandem) OLED다. 2019년 LG디스플레이가 첫 양산에 성공한 탠덤 OLED는 유기발광층을 2개 층으로 쌓는 방식으로, 기존 1개 층 방식보다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부터 ‘2세대 탠덤 OLED’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기발광 소자의 효율을 개선해 휘도(화면 밝기)와 수명을 높였으며, 소비전력도 기존 대비 약 40% 저감한 것이 특징이다. LG디스플레이가 2019년부터 전 세계에 단독 공급하고 있는 대형 투명 OLED R&D도 확대한다. 투명 OLED는 화소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술로, 기존 유리창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투명도가 높으면서도 얇고 가벼워 사이니지, 모빌리티, 사무공간, 홈 인테리어, 디지털 아트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적용되며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투명 OLED 시장 규모는 매년 2배씩 증가해 향후 10년 내 10조 원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오픈 부스를 마련하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전장부품 관련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전시 기간 2만여 명의 관람객들이 LG이노텍 부스를 방문했으며, 이들은 광학솔루션, 기판소재, 전장부품 등 핵심 기술이 자율주행에 융합된 시너지에 주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한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은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수주 잔고는 10조 원대로 알려졌다.

/제작후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롯데, 포스코, 한화, 신세계, KT, CJ, 네이버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이예린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