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백내장과 녹내장

  • 문화일보
  • 입력 2023-03-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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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여
30년전부터 두 눈 백내장 수술
24시간 꼼짝없이 누워있던 고통

왼쪽눈은 녹내장까지 판정받고
약넣기 소홀하니 이젠 실명 위기
한쪽만이라도 끝까지 버텨 줄까


‘인체 기행’은 필자가 쓴 책 중에서 가장 꾸준히 읽혔다. 그 책의 첫머리에 ‘지름이 2.4㎝인 눈’이란 제목이 자리하고 있다.

‘눈은 마음의 창이요, 거울이라 한다. 무게 7g, 부피 6.5㏄, 지름 2.4㎝인 동그란 눈알은 발생학적으로나 해부학적으로 뇌(골)의 한 부분이다. 눈의 발생은 뇌에서 시작하여 유리체-수정체-각막 차례로 만들어진다.… 한 사람의 눈을 보면 뇌의 건강과 지능도 보이니, 눈이 뇌이기 때문이리라….’

사실, 눈알은 탁구공(지름은 4.0㎝이고, 무게는 2.7g임)보다 조금 작다. 하지만 무게는 훨씬 더 무겁다.

참고로, 사람의 눈은 0.1㎜ 남짓까지만 볼 수 있고, 그보다 작은 것은 볼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약 0.1㎜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최소의 크기로, 사람 눈의 해상력(解像力)이다. 그래서 그보다 작으면 현미경(顯微鏡, microscope)으로 봐야 한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여기에도 해당한다. 만일 눈이 현미경처럼 썩이나 좋았다면, 공중의 먼지 알갱이들이 콩알만 하고 국수사리가 동아줄만큼 굵게 보였을 것이니 어쩔 뻔했나!

사람의 눈을 앞에서 보자. 각막(角膜, cornea)은 눈의 가장 바깥쪽 표면의 가운데에 있는 투명한 막으로 ‘검은자위’라 하며, 외부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빛의 굴절과 전달을 맡아 한다. 공막(鞏膜)은 혈관이 없어서 흰색이며, 안구의 둘레를 싸고 있는 흰색 막으로 ‘흰자위’다. 섬모체(毛樣體·모양체)는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고리 모양의 근육으로 수정체와 연결되어 있어서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한다. 또, 녹내장의 원인이 되는 안압(眼壓)을 조절하는 안방수(眼房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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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채(虹彩, iris)는 안구의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있는 둥근 얇은 막으로, 한국인은 대개 흑갈색이다. 눈동자를 크고 작게 하여 안구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눈동자(동공, 瞳孔, pupil)는 홍채 중심에 있는 지름 2∼6㎜의 빈 곳으로, 동공의 크기가 안구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결정한다. 그리고 동공이 검은 까닭은 망막의 검은색이 비쳤기(반사한) 때문인데, 그러기에 서양 사람들도 홍채는 파란색이지만 눈동자만은 모두 새까맣다!

수정체(水晶體, lens)는 백내장의 원인 기관이다. 홍채 바로 뒤에서 모양체에 매달려 있으며 두께 약 4㎜, 지름 약 9㎜로 양면이 볼록한 렌즈 형태의 무색투명한 구조다. 두께를 변화시켜 물체의 초점이 망막에 정확하게 맺히도록 해준다. 그리고 모양체가 만드는 안방수는 각막과 홍채 사이 및 홍채와 수정체 사이를 가득 채운 투명한 액으로, 이 안방수가 눈(녹내장)의 ‘안압’을 결정한다.

사실 여기까지는, 창피하고 쑥스럽고 미련스러운 다음 이야기를 하고자 한 서론이었다. 나는 오래전에 이미 두 눈의 백내장(白內障, cataract) 수술을 했다. 왼쪽 눈은 1991년에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오른쪽은 2002년에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서 했다. 검은자위와 홍채 뒤에 있는 투명한 안구 조직인 수정체는 굴절기관이라 했다. 각막으로 들어온 빛은 수정체를 통과하면서 굴절되어 망막(網膜, retina)에 상을 맺게 되는데,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져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게 되면서,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보인다. 백내장은 수정체 단백질이 허옇게 흐려져서 실명(失明)하는데, 내 어릴 적 시골 동네에 눈동자에 ‘미영(무명) 씨’ 박힌 흉한 사람이 흔했지.

얼추 30년이 더 지난 옛날에 왼쪽 눈을 수술하던 때이다. 다른 기억은 없지만, 여태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수술 후에 눈을 천장 쪽으로 두고, 24시간을 꼼짝없이 누워있느라 허리가 빠지는 줄 알았다. 수정체를 레이저로 녹여내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갈고리꼴을 한 모양체에 걸어놨기에 시나브로 달라붙게 하느라 그랬다. 요새는 수술 기술이 발달하여 그날로 냉큼 퇴원하는 판인데 말이지.

그랬던 그 왼쪽 눈은 이제 영 빛을 잃게 생겼다. 언젠가 강원대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안압이 높다는 녹내장(綠內障, glaucoma)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안과를 꼬박 3년을 다니면서 뭇 검사를 다 했다. 의사는 안압 내리는 물약만 처방하였으며, 늘 눈이 더는 나빠지지 않고 그대로 있단다. 검사에 지친 나머지 그만 병을 시쁘게 여기고는 약도 안 넣고, 병원 가는 것도 귀찮고 싫어했다. 간이 배 밖에 나왔던 게지.

아, 그런데 한 2∼3년 뒤에 운전면허 갱신을 하느라 시력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아주 형편없이(0.3) 나왔다. 어느새 이미 외눈박이가 됐다. 부랴부랴 새로 찾아간 동네병원 의사가 오른쪽 눈도 꽤 녹내장이 뒤따라왔으니(0.9), 이 눈이라도 진행을 늦추게끔 물약 3가지를 쓰란다. 하루가 다르게 나빠진다는데, 덧없이 늙어가는 나에게 왜 고약한 눈병 친구들이? 노화 때문에? 활자와 싸우느라 혹사한 탓? 집안 내력이 없는데 웬 놈의 백내장, 녹내장이? 애꾸눈이 되었기에 망정이지 둘 다 망가졌다면? 죽을 때까지 버텨 줄까나?

생각할수록 창피하고 한심하고 어이없다. 절통(切痛)하도다. 게으름뱅이, 미련퉁이가 눈이 멀어 바깥출입을 못하고 콕 틀어박혀 있으면 어쩐담? 되돌릴 수 없는 일, 후회해도 소용없다. 얼빠진 놈이 따로 없네…. 눈이 둘이라고 나처럼 소홀히 하지 마시고, 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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