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싱크탱크와 광폭 교류·정파 초월… 외교안보 전략 ‘열린 두뇌’[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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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06 09:00
업데이트 2023-03-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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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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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서울 종로구 경희궁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선 아산정책연구원(왼쪽 사진). 지난해 4월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이전한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서울 종로구 사직동 사옥(오른쪽). 각 기관 제공



■ 베스트 리더십 - 국내 대표 싱크탱크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한국의 외교 노선 정리가 중요한 현재 국내 외교·안보 분야 민간 싱크탱크들 가운데 특히 아산정책연구원과 동아시아연구원(EAI), 니어재단 등이 존재감을 보인다. 세종연구소는 30년 이상 연구를 계속해온 국내 대표 싱크탱크 중 하나지만 최근 외교부 감사에 문정인 이사장이 사의를 밝히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이들 민간 싱크탱크가 자유로운 토론과 정책 제안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비결을 추적하다 보면 각 기관의 리더가 발휘하는 리더십에 주목하게 된다. 정파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연구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기본 가치는 이들 싱크탱크가 가진 공통된 철학이다. 이들은 더 이상 정부 밖의 연구기관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이 제시하는 각종 정책 아이디어가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을 세우는 주요 뼈대가 되고 한국을 명실상부 글로벌 리더 국가로 도약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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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야’
故정주영 회장 철학에 뿌리
미국 헤리티지 등과 교류 활발
‘국제적 리더십’ 앞세워 소통


◇최강 원장의 ‘국제적 리더십’에 기반한 아산정책연구원 =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호를 딴 아산정책연구원은 “나의 관심사는 이 나라를 보다 균형 있게 발전시켜 충실하고 질 높은 번영으로 이끌어 영광스러운 국가, 자랑스러운 민족으로 만드는 것”이라던 정 명예회장 평소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 명예회장 6남인 정몽준 명예이사장이 부친의 뜻을 반영해 2008년 2월 11일 아산정책연구원을 세웠다. 현재 이사장은 공석이지만, 지난해 원장에 취임한 최강 원장이 올해로 10년째 연구원에서 북핵, 한·미 관계, 남북관계 등 주요 사안별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선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등 국제기관과의 교류에도 앞장서며 연구원이 세계적 싱크탱크로 성장하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보수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최 원장은 구성원들 간의 토론을 독려하는 등 합리적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원이 2015년부터 매년 말 공개하는 ‘국제정세전망’은 이듬해 외교·안보 어젠다 세팅에 큰 역할을 한다. 2011년부터 매년 4월 열리는 대형 국제포럼 ‘아산 플래넘’에는 미국, 유럽 등의 전문가 수백 명이 찾아와 성황을 이룬다. 아산 플래넘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지난해까지 열리지 못하다가 올해 4월 말에 다시 열릴 예정이다.

연구원은 전술핵 재배치 등 최근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연구원 설립자인 정 명예이사장은 지난 2013년 4월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기’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 강연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를 공개적으로 처음 언급한 바 있다. 연구원은 지난 1월 20일 자 이슈브리프에서 “전술핵무기는 한반도상에서 핵 균형을 맞추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와 더불어 만일 있을지도 모르는 핵 군축협상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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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중국서 강의하며 중국의 민낯 목격
지난 15년간 동북아 집중연구
2기 개편… 전세계로 영역확장
‘통솔 리더십’ 으로 조직 이끌어


◇‘통솔형 리더’ 평가받는 니어재단의 정덕구 이사장 = 올해로 설립 16주년을 맞은 니어재단은 최근 재단 2기 체제를 개편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이번 개편에서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각각 외교·안보 분야, 정치·경제 분야의 부이사장으로 임명해 기관의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그동안 동북아 지역에 집중해 온 니어재단의 연구 영역을 재단2기 출범과 함께 전 세계로 넓히려는 포석이다.

재정경제원 차관보,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인 정 이사장은 장관 퇴임 후인 2004년 5월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임기 절반을 보내다 2007년 2월 의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그는 그로부터 4개월 뒤인 같은 해 6월 니어재단을 출범시켰다. 국가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는 민간 싱크탱크가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게 니어재단을 세울 당시 정 이사장의 생각이었다. 기관의 운영은 권력이나 자본과 무관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정 이사장은 중국 베이징(北京)대와 런민(人民)대 강의 등에 나서며 중국의 민낯을 목격했고,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5년간 니어재단이 중국 연구에 집중하도록 이끌었다. 2011년 12월 출간한 ‘중국의 본심’, 2004년 ‘거대 중국과의 대화’에 이어 2021년에는 ‘극중지계’ 시리즈를 내고 한국 사회에 중국을 바로 볼 것을 주문했다.

정 이사장이 관료사회 최고위직인 장관을 지내며 다진 통솔형 리더십은 한국 사회의 현인 그룹을 조직하고 끌어갈 만큼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니어재단은 지난해 말 정 이사장 주도로 국내 각계 원로와 석학 24명의 참여를 독려해 ‘한국의 새 길을 찾다’라는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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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선 EAI 이사장

‘자본 영향 벗어나 연구해야’
대기업 도움 받지않고 운영
‘한일 국민 인식 조사’ 유명
무보수로 일하며 ‘솔선수범’


◇무보수로 일하는 하영선 EAI 이사장의 ‘솔선수범 리더십’ = 2002년 5월 설립돼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EAI는 현재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인 하영선 이사장과 손열 원장이 주도한다. EAI는 대기업의 도움을 받지 않고 국내외 중견·중소기업과 정부, 개인 기부 등으로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자본에 영향받지 않는 연구를 하기 위함이다. 하 이사장과 손 원장은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해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보인다. 지난 반세기 국제정치학 연구에 몰두해 온 하 이사장은 2012년 제2대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지난 10년간 EAI를 글로벌 싱크탱크로 키워냈다. EAI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세계 1만여 개의 싱크탱크를 평가해 결산하는 보고서(Global Go To Think Tank Index Report)에서 2013년 이후 10년째 60위권을 지키고 있다.

2013년부터 매년 발표되는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는 EAI의 ‘대표 작품’이다. EAI는 지난해 일본의 비영리기구 겐론(言論)NPO와 공동 조사를 실시해 한·일 모두 ‘한·일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전년도보다 커졌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는 한·일 관계 개선에 의미 있는 동력이 됐다.

EAI는 2021년 8월 통일부와 함께 한반도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영문 웹저널 ‘글로벌 NK 줌 앤드 커넥트’(Global NK Zoom & Connect)를 발간하기도 했다. 통일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집필진 구성과 편집·기획 등 웹저널 운영 전반은 EAI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EAI는 지난 23일 26∼27번째 편에서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인터뷰 등을 게재하고 미국이 지난달 말 6년 만에 신임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한 의미와 최근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짚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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