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화 1년에도… 아파트 ‘전기차충전 안전기준’ 부재

  • 문화일보
  • 입력 2023-03-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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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누적 5만3652대 등록
전국서 화재 매년 2배씩 늘어
배터리 폭발 사고 등 우려 커져
설치두고 주민 갈등·혼란 가중
시, 산업부에 관련법 개정 요청


최근 서울 송파구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기차 충전기 설치안건이 부결됐다. 회의 참가자들이 전기차 화재 위험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등록된 전기 승용차 대수가 5만 대를 넘어선 가운데 아파트 등에서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와 관련한 안전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아 일선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법률 개정 등을 통한 정부 차원의 안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서울시에 등록된 전기 승용차 누적 대수는 2022년 12월 말 기준 5만3652대다. 신규 등록 전기차는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2021년 1만6702대를 기록하면서 2020년(7326대)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이후 2022년 1만8193대가 추가로 신규 등록됐다.

전기차 충전소 수요도 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의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도 만들어졌다. 지난해 1월 시행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세대 이상 아파트의 경우 오는 2025년 1월 28일까지 신축 건물은 총 주차 대수의 5%·기존 건물의 경우 2% 이상 규모로 전기차 충전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의무 사항이 된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둘러싸고 아파트 주민들 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폭발적으로 불이 붙고 쉽게 꺼지지 않는 탓에 위험한 사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 증가 추세도 충전기 설치를 둘러싼 갈등을 격화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2020년 1건·2021년 1건·2022년 3건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면 2020년 11건·2021년 24건·2022년 44건으로 2배 이상씩 늘고 있다. 주요 화재 요인은 배터리 결함·과충전과 과열·기계적 충전 등이다.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한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와 관련한 중앙 정부 차원의 안전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혼란을 겪고 있다.

지자체에서 신규 아파트 단지 등의 건축 허가를 내줄 때 자체적으로 마련한 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구축 아파트 단지에는 해당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건축 심의 시 전기차 충전기를 지하 주차장 개구부에 설치하고 질식 소화포 구비 등 소화설비를 갖추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관련 법 개정을 요청하고 제도 마련을 위한 자체 용역 발주도 준비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는 운행 중·충전 중·충전 후 등 다양하게 발생하고 충전기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충전시설 설치와 관련한 정부 당국과 관련 기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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