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의 시론]우크라에 무기 지원해야 할 5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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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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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우크라戰 1년 세계사 분수령
反푸틴 자유주의 大동맹 강화
핀란드도 중화기와 탄약 제공

러시아 대놓고 북 핵무장 두둔
교역 비중 2% 과대 공포 금물
우라늄 농축권 전화위복 기회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탈냉전 이후 세계 역사의 분기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기면 베를린장벽 붕괴 후 33년간 유지됐던 글로벌 자유주의 우위 시대가 끝난 날로,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승리한다면 자유주의가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후 처음으로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는 러시아의 필패 기류가 확인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이나 미국 및 나토, 주요 7개국(G7)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확대되는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치 외교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주창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엔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말 155㎜ 포탄 10만 발을 수출하면서 ‘미국이 최종 사용자’라는 조건을 붙였다. 미국이 보유한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뒤 한국산을 미군용으로 보충하는 방식인데 포탄 추가 수출도 이런 형식으로 진행 중이라고 한다. 무기 지원 대신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어치의 의료장비와 구급차, 픽업트럭, 발전기, 굴착기 등을 지원했고 올해도 1억3000만 달러 상당의 전력 장비와 지뢰 제거 장비, 구급차, 소방차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우크라이나의 자유 투쟁을 지지하면서도 무기 지원을 꺼리는 이율배반적 태도는 러시아에 대한 ‘과대 공포증’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오가던 무기 지원 논의는 푸틴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협박한 뒤 쑥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푸틴의 도발적 발언에 대해 “무기 제공 여부는 주권 사항”이라고 하면서도 “우리는 세계 모든 나라와 평화적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는 해명성 사족을 붙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제공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동맹과 자유 진영 연대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부합한다. 여기에 6·25전쟁 때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자유를 지킨 나라로서 적극 나서야 할 도덕적 책무도 있다. 둘째, 북핵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공조해야 한다는 논리는 낡은 사고다. 독재자 푸틴이 지배하는 러시아는 6자회담에 참여하던 때의 러시아가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무력화하며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 뒷배 노릇을 하는 조폭 같은 국가가 됐다.

셋째, 러시아와 대립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소련과 두 차례의 전쟁 후 외교·안보 문제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핀란드화’라는 치욕적 용어까지 낳았던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도 반러 선봉에 섰다. 스웨덴과 더불어 나토 가입 신청을 한 뒤 5억9000만 유로 상당의 중화기와 탄약을 제공했다. 푸틴이 “나토에 가입하면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협박했지만, 러시아를 격퇴하지 못하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핀란드인들을 결단케 했다. 우리에겐 든든한 동맹이 있고, 인구나 경제력도 핀란드보다 훨씬 큰 세계 10위권 국가다.

넷째, 경제 타격도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 한·러 교역 규모는 273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의 2.2%다. 그나마 대러 제재로 인해 교역 정상화는 어렵다. 푸틴의 보복에 대비해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던 나프타나 팔라듐 등의 공급망 전환 작업을 준비하면 된다. 다섯번째, 원전 연료의 대러 의존도 해결이다. 우리나라는 원전 연료인 저농축우라늄을 러시아에 30% 이상 의존한다. 2021년엔 33.8%에 달하는 2억50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이제 이 문제를 경제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국과 농축우라늄 대러 의존 문제를 심도 있게 협의하는 과정에서 우라늄 농축권을 확보할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4∼5월 대반격을 통해 전쟁 승기를 잡고 그것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과 자유 진영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한(as long as it takes)” 무기 지원을 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결정해야 할 마지막 기회가 온 것이다. 윤 대통령이 4월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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