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의 여왕’ 이멜다·‘두테르테 딸’ 사라… 마르코스 움직이는 ‘논란의 두 여성’?[Global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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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사적 영역서 보필하는 어머니
지난해 호화 생일파티 등 시끌

내각 이끌고 있는 부통령 사라
전직대통령 딸로 차기 대권 노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내각은 ‘두 여자’가 지탱하고 있다. 공적 영역에서는 러닝메이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있고, 사적으로는 그의 어머니인 이멜다 마르코스가 그 역할을 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장녀인 사라 부통령의 별명은 ‘왕 주먹’이다. 아버지를 닮아 화끈한 정치 스타일로 인기가 높다. 2011년 다바오시장 시절 그는 철거가 예정된 다바오시 안에 있는 슬럼가를 공개 방문, 법원 공무원에게 철거를 늦춰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그에게 수차례 주먹을 날렸다. 이는 필리핀 전역에 메인 뉴스로 생중계됐다. ‘가문 정치’가 일상화된 필리핀에서 사라 부통령은 차기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 사라 부통령은 지난해 6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모시고 ‘부통령 셀프 취임식’을 열었는데, 이 역시 차기 대권을 의식한 정치 행보를 보인다. 부통령이 취임식을 따로 개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해 자기 정치를 하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라 부통령은 마르코스 내각 부통령으로 재임하며 부친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내세워 수많은 사람을 살해한 것에 대해 처벌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른바 ‘딸 찬스’다. 마르코스 대통령 역시 사라 부통령의 인기를 내세워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흡수하고 본인 정권 기반을 다지는 등, 사라 부통령과 서로 윈-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을 사적 영역에서 보필하고 있는 인물은 ‘사치의 여왕’ 이멜다다. ‘필리핀 최악의 독재자’라고 불리는 남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말라카낭궁에서 국민 세금을 횡령해 명품을 사는 등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린 것으로 유명한 그는 ‘대통령의 어머니’로 돌아왔다. 93세인 그는 지난해 5월 필리핀 대선 때 5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채 선거장에 나와 연신 ‘브이’를 그려 보이며 아들 마르코스 대통령의 당선을 응원했다.

남편 재임 시절 페라가모, 지방시, 샤넬, 디올 등 명품 구두 3000켤레와 가방 등 사치품을 모아온 것으로 유명한 이멜다는 아들 당선 뒤 수많은 공식 석상에 왕진주 반지, 실크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직후엔 말라카낭궁에서 이멜다의 93세 생일 파티가 열렸는데, 명품 옷을 차려입은 수십 명이 만찬장에서 고급 만찬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이멜다는 아들 마르코스 대통령의 정치 선배이자 고문으로서 톡톡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마르코스 대통령이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어머니가 내정에 개입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이멜다의 수렴청정설에 선을 그으며 본인 부인이자 유명 변호사인 리자 마르코스가 어머니처럼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밝히고 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