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고종이 러 황제에 선물한 정교한 흑칠나전이층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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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1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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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 선임

해외로 떠나게 된 국외소재문화재는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는 왕실에서 외교적 목적으로 선물한 경우도 많은데, 대표적인 사례로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Moscow Kremlin Museums)에 소장된 ‘흑칠나전이층농’(黑漆螺鈿二層籠·사진·세로 56×가로 81.5×높이 127.1㎝)을 꼽을 수 있다.

명성황후(明成皇后)가 시해된 이듬해인 1896년 2월 고종(高宗)은 경복궁을 벗어나 러시아공사관(아관·俄館)으로 거처를 옮겼다. 고종은 석 달 후인 5월 26일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Nicholas Ⅱ)의 대관식을 맞아 전권공사로 민영환(閔泳煥)을 파견하였고, 그를 통해 귀중한 ‘선물’을 전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흑칠나전이층농’이다.

이 농은 고종의 특명에 의해 당대에 가장 뛰어난 나전 장인이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세기 수준 높은 조선 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 유물로 평가받는 이 농은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에 출품한 자개농보다 제작 기법이 뛰어나다. 특히, 정교하고 아름다운 공예 기법인 ‘끊음질’이 돋보인다. 이 기법은 1920년 일본에서 ‘실톱’의 도입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그보다 약 30년 앞서 ‘흑칠나전이층농’ 제작에 끊음질 기법이 사용됐다. 하단부에는 십장생을 장식해 황제로 즉위하는 니콜라이 2세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고종이 니콜라이 2세에게 보낸 선물의 구체적인 실물이 2020년 재단의 보존처리 지원 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재단은 국외소재문화재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전시를 통해 현지에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흑칠나전이층농은 오는 4월 19일까지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에서 개최되는 특별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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