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협의 시론]혁신이냐 관치냐 갈림길의 금융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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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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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경제부장

자유·경쟁은 대등한 시장가치
무리한 기준으로 과점 깨려단
민간 자율 해치는 부작용 초래

美 SVB 폐쇄 반면교사 삼아
경제 살리고 소비자 편익 위한
구조적 근본적 해법 도출해야


혁신이냐, 관치냐. 윤석열 정부의 금융 당국이 갈림길에 서 있다. 새 정책이 실패하면 관치의 비난을 받게 되고, 다행히 성공하면 혁신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과 민간의 자유·자율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자율을 옭아매는 규제의 혁파는 동전의 양면으로 따라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함께 가야 할 가치의 하나인 양 급부상한 것이 있다. 바로 경쟁이다. 당연히 경쟁은 정부가 강조하지 않아도 민간이 알아서 해왔던 시장 본연의 원칙이다. 문제는 정부가 구조적으로 만들어 놓았던 과점까지도 경쟁을 해치는 범주 안에 무분별하게 넣고 있다는 점이다. 경계선의 모호성은 시장에 혼선을 초래한다.

자칫 무리한 기준 설정과 성공의 과욕이 시장을 존중하기는커녕 왜곡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할 경우 부작용은 만만찮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이 은행산업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이유다. 이 총재는 “은행산업을 너무 제어하지 않는 방향에서 구조적으로 가고, 정부가 장기적 방향을 제시하면 관치 우려도 불식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특화은행 도입, 은행업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 다양한 과점 해소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경쟁 촉진을 위해 카드사·증권사·보험사의 종합·법인·지급결제 업무 허용, 비은행금융기관 업무 확대도 연구 중이다. 금융위원회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방안별로 해외 사례, 장·단점을 정밀 분석한 뒤 조만간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은행업은 이미 정부가 면허를 통해 정밀하게 관리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과점 체제가 낳는 부작용을 철저하게 막아야 하지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지점이 너무 많다.

특히,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금융위가 성공한 특화은행의 대표로 분석해오던 곳이다. 한국 금융업계에 특화은행이 신규 플레이어로 진입할 경우 거시 건전성의 리스크는 더 크다. 수익성 한계, 부실화 가능성, 소비자 보호 문제가 얽혀 있다. 경쟁 촉진, 기존 대형은행 서비스의 공백 해소라는 순기능을 압도할 만큼 걱정거리가 더 많다.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 설립 인가도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보완 기능이나 ‘메기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전통 대형은행의 과점 역기능을 해결하고 다양한 금융 겸업 사업 모델을 유도할 수 있는 한편으로 치열한 과잉 영업식 출혈 경쟁으로 은행산업 전체의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시중은행 하나가 추가된다고 해도 결국 기존의 과점 구성원 하나를 충원하는 외의 기대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규모 차이로 인해 과점 해소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경쟁 촉진 효과는 거의 없다.

막강한 결제 권력을 비은행권 금융사에 주는 방안도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카드사·증권사·보험사가 금융결제망에 새로 들어가는 종합지급결제, 자금이체 개혁을 위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자본시장법 개정, 은행법 시행령 개정, 금융결제원 규약 개정을 해야 한다. 원스톱 금융 서비스, 계좌이체 수수료 절약, 보험료 인하의 효과가 기대된다지만, 금융위기 발생 시 연쇄적인 리스크 전이 문제를 막기 위한 최고 수준의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전 세계 금융결제망은 모두 ‘제로 리스크’를 추구한다. 추진되더라도 ‘동일 업무·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원칙은 피할 수 없다. 결제 시스템의 중요성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결제는 금융범죄, 자금세탁, 국제사회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통한 국가 간 제재와 연계되는 최일선의 금융영역이다.

소비자 편익 증대 방안은 따로 찾아야 한다. ‘돈의 마술(아브라카다브라)’은 신뢰를 잃는 순간 무너진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은행 과점의 부작용을 줄이고, 금융 안정과 건전성을 높이며, 편리한 소비자 서비스를 증진하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최고난도의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은행이 예대마진 장사에 내몰리게 된 구조적 문제점은 없는지부터 살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은행이 세간의 비난을 자초한 폐단을 없앨 수 있도록 정밀한 구조 개선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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