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수치 모르면 사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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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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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측근이 ‘이 대표님,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본인 책임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등의 유서를 써놓고 극단적 선택을 한 뒤에도 최소한의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책임 회피성 발언만 내놓자 그의 인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당 안에서조차 터져 나왔다. 성남시 행정기획국장,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직무대행 등을 거친 전형수 씨가 사망한 뒤 “검찰의 과도한 압박·조작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고 변명부터 하자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의 대표라는 사실에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썼다.

이 대표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5명이 숨졌지만, 그는 사과나 책임 비슷한 말이나마 한 적이 없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이 2021년 12월 10일 주변인 중 처음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수사라고 하는 게 진짜 큰 혐의점은 놔두고 자꾸 주변만 문제 삼다가 이런 사고가 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사돈 남 말 하듯 한 뒤 “어쨌든 뭐 명복을 빈다”고 했다. 호주에서 유동규 씨와 셋이서 카트를 같이 타며 4∼5시간 골프를 쳤던 김문기 전 개발사업1처장이 그해 11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땐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관련인이 지난해 7월 26일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도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되레 화를 냈다.

이 대표가 대장동·성남FC 사건 등에 얽힌 주요 인물의 잇단 사망으로 자신에게 쏠릴 비난 여론이나 의구심을 막아내려는 마음에 그러는 것이겠지만, 먼저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부터 언급하고 변명을 해도 하는 게 인간의 기본 도리이고 예의다. 맹자는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기응변의 간교를 잘 부리는 자는 자신의 행위를 두고 남들은 모두 부끄러운 일이라 해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남과 같지 않다면, 똑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맹자’ 진심장구(盡心章句) 편에 나오는 말로, 이 대표를 콕 집은 예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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