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尹-기시다 회담, 적극 외교 초석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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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17 11:45
업데이트 2023-03-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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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 연구소장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이 지난 16일 도쿄에서 개최됐다. 2011년 12월 이후 양자 차원의 첫 정상회담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고,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양국이 1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한·일 관계의 악화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기시다 총리는 징용 해법에 관한 한국 정부의 결단과 조치를 높이 평가하고, 역대 내각에서 밝힌 역사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또, 양국이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공동으로 조성해 젊은 세대를 위한 공동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양국 간 갈등 현안이 돼 온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정상화하기로 했음을 소개하고, 일본이 전략품목의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는 것에 상응해 우리도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제소를 중단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어, 양국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공조 및 한·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점도 강조했다.

이 같은 정상 간 합의 사항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나 정치인은 ‘굴욕외교’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간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안보나 외교 면에서 한국이 국제적 고립에 가까운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이 같은 합의를 도출한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의 정상화 및 국제 무대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지난 수년간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공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면서, 일본 내 지한파들 간에도 한국이 ‘국제적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라는 이미지가 확산됐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이 세계적인 국가로 부상했는데도 ‘과거의 역사적 감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피곤한 나라’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생겼다.

그런 상황에서 윤 정부가 한·일 관계 손상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징용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징용 해법을 모색하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래 지향적 양국 관계 건설을 다짐한 것은 한국 외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게 될 것이다. 상대를 악마화함으로써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라, 성숙한 글로벌 국가로서 미래 지향적 역할을 다하려 하는 한국의 새로운 자세는 오히려 우리 외교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하던 시기에 국제 안보 질서에는 큰 동요가 있었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들을 소다자 동맹으로 재편 중이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동맹국들도 연대시키고 있다. 일본은 미국 주도 쿼드(Quad) 결성에 적극 참가하고 나토(NATO) 회원국들과의 협력도 심화하면서 동맹도 강화하고 자국의 국제적 위상도 증진시켰다. 반면,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의 기조 아래 국제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그간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국제 안보 질서에서 한국의 역할과 위상을 증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발판삼아 4월 한·미 정상회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높아진 글로벌 위상이 재차 확인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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