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연금개혁’ 길 연 마크롱… 야권·노조 ‘무한투쟁’은 정치적 부담

  • 문화일보
  • 입력 2023-03-21 11:47
  • 업데이트 2023-03-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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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시위 격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강행 처리한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0일 수도 파리 보방 광장에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푯말을 흔들면서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 프랑스 ‘62 → 64세 정년연장’ 통과

총리 불신임 투표 부결됐지만
親마크롱 공화당서 19표 이탈

야권 “위헌소송·국민투표” 압박
개혁 시행, 9월보다 늦어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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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에 정치 생명을 걸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불신임 투표가 하원에서 부결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연금개혁의 9분 능선을 넘어선 마크롱 대통령의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내각 불신임 투표에서 예상보다 많은 찬성표가 쏟아졌고, 야권과 노조도 ‘무한 투쟁’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근대 민주주의 발상지인 프랑스에서 의회 표결을 건너뛴 선택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프랑스 하원에서 진행된 마크롱 대통령 내각 불신임 투표에서 불과 9표 차이로 부결되자 “마크롱 대통령이 얼마나 간신히 권력을 쥐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연금개혁안에 비교적 우호적이던 우파 공화당(LR)이 당론으로 불신임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19표의 이탈표가 나올 정도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연금개혁 입법에 성공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내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지난해 5월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벌써 11번째 헌법 특별 조항을 활용해 의회를 건너뛰었다는 점이 향후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민주주의를 부정했다는 평가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위헌소송과 국민투표를 동시에 준비하겠다는 야권의 반발에도 대응해야 한다. 불신임안을 주도한 좌파연합 뉘프(NUPES)의 주축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마틸드 파노 하원 대표는 “프랑스인 눈에 이 정부는 이미 죽었다”고 날을 세웠고, 극우 국민연합(RN)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수도 파리 등 프랑스 전역에선 예고에 없던 시위가 펼쳐졌다. 경찰이 하원 주변을 통제하자 관광명소인 앵발리드를 비롯한 생라자르 기차역, 오페라 가르니에 인근 광장엔 수많은 인파가 몰려나왔다.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환경미화원 파업으로 쌓인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질렀다.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파리에서만 70명이 체포됐다. 이를 의식한 듯 내각 불신임 투표의 직접적인 당사자였던 보른 총리는 “연금개혁에 대한 질문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침묵을 지킨 마크롱 대통령은 21일 보른 총리와 집권 르네상스(RE) 등 범여권 정당 대표들을 만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현행 연금 제도를 유지하면 2030년 135억 유로(약 19조 원) 적자를 기록하지만, 이번 개혁으로 2030년 177억 유로(25조 원)의 흑자를 낼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선 연금개혁 시행 시점이 예정된 올해 9월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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