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빗살토기 같은 화면에 품은 우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세영, 심성의 기호, 162×130㎝,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2.

이재언 미술평론가

한 뼘 남짓 가슴이지만, 온 우주를 품는 기개와 웅지를 키우며 살자. 공명정대하여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는 도덕적 용기이자,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넓고 큰 원기(元氣)를 우리는 ‘호연지기’라 한다. 내면의 도야(陶冶)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 철학이 우리 역사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앞으로도 길이 이어가야 할 가치이다.

한 폭의 그림에도 호연지기를 담아온 선비화가 오세영이 지난해 타계, 추모전(인사아트센터·3월 27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그의 화면은 내면(심성)과 우주가 만나는 접점이자 플랫폼이다. ‘사람의 마음이 곧 우주’라는 초월적 명제를 도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늘, 땅 등 자연계의 구성 원리인 음양(陰陽)과 사상(四象), 팔괘(八卦)가 사람의 마음과 결부된다는 것이다.

물론 작가는 그러한 자연의 원리들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기도 하다. 음양이든 팔괘든 해체되어 자유롭게 상호 작용하고 있다. 그 운행의 중심을 사람의 마음이라 해석하고 있다. 절제의 빗살들이 온갖 욕구를 잠재운다. 우주를 품을 만한 큰마음은 부질없는 욕망들을 다스리는 데서 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