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TSMC 이기려면 혁신가 수혈이 관건

  • 문화일보
  • 입력 2023-03-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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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초대 원장

지난 15일 오픈 AI가 GPT-4를 공개했다. GPT 3.5 기반의 챗GPT를 공개한 지 불과 석 달 반 만에 미국 변호사시험과 SAT 시험 등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보일 만큼 추론 능력이 향상됐다. 놀라운 발전 속도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경기 용인에 710만㎡ 규모의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300조 원을 투자해 5개의 최첨단 반도체 팹(제조 공장)을 구축하고, 150개의 국내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는 계획이다. 대만 반도체 제조 기업 TSMC에 대한 대한민국의 반격이다. 또한, 미국의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때문에 우리의 반도체 산업 공동화가 걱정되는 때에 나온 시의적절한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육성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관련 부처에 속도전을 주문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우선, 우리나라가 TSMC를 이기려면 첫째로 추격을 목표로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이길지를 고민해야 한다.

첫째 필수 조건은 변화의 리더십이다. 지난주 필자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메카인 신주(新竹)과학공업단지를 방문해 TSMC 성공 요인을 되새겼다. TSMC의 역사는, 1980년대 중반까지 세계 1위의 D램 반도체 기업이었던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반도체 사업 책임자 모리스 창 박사를 대만이 1985년에 국립공업기술연구원(ITRI) 원장으로 유치하면서 시작된다. 창 박사는 2년 뒤인 1987년 대만 정부와 12개의 자국 기업, 그리고 유럽의 필립스가 각각 48%, 25%, 27%를 출자한 준공기업 형태로 TSMC를 설립했다.

창 박사는 TSMC의 사업으로 본인이 익숙한 D램 대신 반도체 설계 회사들의 반도체 칩 설계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서비스로 정했다. 다양한 응용 반도체 수요를 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1985년 유학 시절 6개월 동안 TI의 인턴으로 TI 반도체 사업 현장에 있었던 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메모리 반도체를 피해 새로운 길을 만든 모리스 창 박사의 혜안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경험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 도전 정신, 공적 사명감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TSMC는 없었을 것이다. 한때의 성공에 도취해 도약의 기회를 놓친 우리 반도체 산업에도 이런 혁신가의 수혈이 절실하다.

내부자적 사일로 시각을 벗어나면 파괴적 혁신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AI가 바꾸는 세상에는 다양한 데이터를 센싱해서 학습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도체 칩과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AI와 반도체, 응용 분야를 하나로 보아 미래를 조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AI 반도체는 서버 시장에서 NVIDIA와 경쟁하는 추격 시장보다 사람 가까이에서 다양한 AI 서비스를 하는 엣지 AI 컴퓨팅에서 더 큰 기회가 예상된다. 통신과 전력, 2차전지, 제조 등 우리가 강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이런 반도체 칩을 활용해 고부가 가치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혁신 플랫폼으로 변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끝으로, 이런 혁신을 이끄는 인재들이 대규모로 양성될 수 있도록 속히 교육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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