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예금보호 대폭 확대 필요성과 보완책

  • 문화일보
  • 입력 2023-03-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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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우리나라 예금자보험금액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금융 불안이 확산되면서 촉발되긴 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예금자보험금액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움직임은 그 전부터 있었다. 2001년부터 2023년 사이 GDP는 3배, 금융자산은 4배나 불었는데 예금자보호금액은 5000만 원에 묶여 있는 게 비합리적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확실히 작다. 단순 금액만 비교해도 미국 약 3억3000만 원, 유럽연합(EU) 1억4000만 원, 일본 1억 원에 비해서도 적고 1인당 GDP로 봐도 미국이 3.3배, 일본·영국도 각각 2.3배인데 우리는 1.2배에 불과하다. 예금자보호법 제32조 2항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액, 보호되는 예금의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보험금을 정한다고 돼 있어 예금자보험금액 확대 조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물론 반대론도 있다.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예금자보험금 한도를 높여주면 예수금이 늘 것이고, 금융기관들은 더 위험 선호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것이란 논리지만, 꼭 그럴지는 의문이다. 예수금이 늘 건 확실하지만, 더 위험 선호적일 것으로 판단하려면 예금주들이 금융기관 자산 운용에 직접 참여할 때만 가능할 듯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 설득력 있는 반대는 보험료 인상과 그에 따른 부담 전가, 즉 대출금리 인상 또는 예금금리 인하 같은 파급 효과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법정 최고 예금보험료율이 0.5% 내에서 0.08∼0.15%(저축은행만 0.4%) 이내인 것을 고려하면 보험료율이 올라간다 하더라도 크게 부담을 줄 정도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 같다.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금융기관 간의 예금 이동과 그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이다. 예컨대, 예금보험금 한도가 올라감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 같은 다른 금융상품에서 예금금융기관으로 예금이 쏠리면서 일어날 수 있는 파급 영향을 우려해 볼 수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이 똑같은 금융기관의 예금보험 한도가 동시에 같은 금액으로 상향 조정된다면 예금기관 간의 이동은 작겠지만,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예금보호 대상이 아닌 다른 상품에서 보호 대상인 예금으로의 이동은 일어남 직하다. 예금보험 한도액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어난다면 비보호 대상 상품에서 예금으로 이동되는 금액은 대단히 클 수 있고 그것이 금융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결론은 명확하다. 23년 묵은 5000만 원 예금자보험금액 한도는 높이는 게 맞다. 낡기도 하고 몸에 맞지도 않는다. 게다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환경에서 안팎의 금융시장이 심하게 요동치는 위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핵심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올려야 하는가이다. 여야 의원들이 제안한 입법안은, 예금보험금 한도를 1억 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경제 규모나 1인당 GDP로 보면 현재 한도의 3∼ 4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2∼3배가 적당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예금보험금 한도를 1억 원 이상으로 정하고 필요에 따라서 보험금을 전액으로 올리자는 안도 제기된다. 바람직하기로는, 예금자보호법에는 3∼4배 이내로 정해 놓고 시행령에서 신속·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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