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보러 왔다가 블랙핑크에도 입덕… ‘팬 놀이터’ 판 키워야

  • 문화일보
  • 입력 2023-03-30 09:03
  • 업데이트 2023-03-3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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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룹 스트레이키즈가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를 가득 메운 4만 관객과 포즈를 취했다.



■ K-팝 3.0… 3개의 전선 - (3) 팬덤 플랫폼 전쟁

아이돌 수명짧아 팬 이탈 가속
‘위버스’에 글로벌 스타 다모아
회원전용 사진·영상 이용하게
넷플릭스같은 ‘구독경제 실험’

국경 초월 팬덤이 미래도 좌우
쇼비즈니스 성공 맛본 하이브
플랫폼 ‘위버스’ 승부수 띄우기
협업위해 SM인수 한발 물러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를 포기한 직후인 지난 15일 열린 관훈포럼에서 “인수(결과)를 승패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우리 미래에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에 관해 카카오와 합의를 끌어내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하이브와 카카오의 구체적인 플랫폼 협력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에 대해 방 의장이 “가장 하이브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것에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이브가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K-팝 시장을 재편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반은 팬덤이다. 팬덤 없는 스타란 어불성설이다. 스타는 팬덤과 공존한다. 그 팬덤의 ‘놀이터’가 바로 하이브가 강조하는 플랫폼이다. 비유하자면,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K-팝이라는 종목의 국가대표라면 향후 이 플랫폼은 무수한 국가대표 K-팝 가수를 관리·배출하는 태릉(진천) 선수촌인 셈이다.

◇BTS는 왜 항상 ‘아미’를 외쳤나?

지난해 BTS의 맏형 진이 입대하기 전까지 그들의 군 복무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국위선양에 앞장선 그들에게 일정 부분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그들을 국가대표로 볼 수 있느냐?”는 반박이 뒤따랐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그들의 탄생 및 활동 목적은 개인적 성취와 성공에 맞춰졌다고 볼 수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항전에 나서는 스포츠 스타들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이는 해외 무대에 선 BTS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BTS가 공식석상에서 “대한민국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 그들은 항상 공식 팬덤인 ‘아미’에게 공을 돌린다. 아미는 국적이 없다. 국가·민족·인종을 넘어선 개념이다. K-팝 시장이 K-팝 스타를 통해 구축됐고, K-팝 스타는 팬덤을 젖줄 삼아 존재한다고 보면 글로벌 팬덤을 키우고 유지하는 것이 곧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근간이 되는 건 자명하다.

하이브, SM 등 K-팝 대표 기업들의 세계 음악 시장 점유율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몇 년간 유니버설, 소니, 워너뮤직그룹 등 6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거대 기업에 버금가는 성과를 냈다. 그 비결 역시 견고한 팬덤에서 찾을 수 있다. 글로벌 광고 대행사 퍼블리시스 카플란 탈러의 최고전략책임자로 일한 제레미 D 홀든은 책 ‘팬덤의 경제학’에서 “(팬덤이 빚는) 시장의 비논리성을 뼛속까지 이해하라”고 충고했다. 팬덤의 압도적 지지가 2%의 점유율을 가진 회사가 시장을 압도하는 비논리적 상황을 빚었다는 것이다. 그는 “감정은 결정을 충동질한다. 이는 역사와 정치를 추동하는 엔진으로 상업적 영역의 세상뿐 아니라 스포츠와 연예계에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글로벌 쇼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팬덤인 ‘아미’를 경험한 하이브는 그들을 지속적으로 모아둘 방안을 고민했고 결국 위버스라는 플랫폼을 답으로 도출한 것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전 세계 150만 관객과 만나는 월드투어를 진행 중이다.



◇팬덤을 화나게 하지 말라

팬덤은 본질적으로 부서지기 쉽다는 측면에서 스타와 유사하다. 비상하기는 어렵지만, 추락은 한순간이다. 부주의한 언행 하나로 이미지가 실추되기 일쑤다. 팬덤 역시 하나의 목적을 향해 엄청난 결속력을 보이지만, 그 목적이 분산되는 순간 쉽게 허물어진다. 하이브는 이미 이를 경험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BTS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8년간 하나의 SNS 계정을 썼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2013년 데뷔 후 2021년까지 8년간 개인 계정 없이 팀 SNS와 위버스를 통해서만 팬들과 소통해왔다. 항상 7명이 함께였고, 아미도 한목소리로 응원했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개인 계정을 쓰면서 아미 간 경쟁이 붙었다. 각 멤버 계정의 팔로어 수를 비교하는 기사가 쏟아졌고, 팬들도 멤버 개개인을 응원하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BTS가 개별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들의 앨범 판매량과 미국 빌보드에서의 성취를 그룹 활동 시절과 비교할 수 없는 것 또한 BTS라는 이름으로 뭉쳤던 팬덤의 결속이 느슨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런 고민을 갖고 있던 방 의장은 SM을 둘러싼 인수전에서 팬덤의 분노와 균열을 엿봤다. SM 아티스트를 지지하는 적잖은 팬들이 하이브로 인수되는 것에 반발했다. 그가 관훈포럼에서 “우리의 본질은 아티스트와 팬의 행복인데 ‘이렇게까지 아티스트와 팬이 괴로운 상황이 되는 게 맞는가’라는 고민에 밤잠을 설쳤다”면서 “그분들(아티스트·팬)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도리”라고 말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K-팝 시장의 맏형 격인 SM이 하이브에 인수되는 것을 ‘굴욕적’이라고 느끼는 SM 아티스트가 적지 않았고, 이런 감정은 SM 팬덤에도 고스란히 전이됐다”며 “하이브가 SM 인수를 강행한다면 이런 반감에 직면해야 하고, 팬 플랫폼인 위버스로 SM 팬덤을 온전히 흡수하는 것이 어렵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플랫폼 = 구독경제?

세계 경제는 구독경제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를 2020년 약 40조 원으로 추정하고, 2025년에는 100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시장에선 구독경제가 대세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수시로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외치고,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 역시 구독자 기반이다. 가입자는 현재 190개국 2억3100만 명으로 구독료를 매월 1만 원으로 잡으면 매월 2조31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넷플릭스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건 콘텐츠다. 초창기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좋아해 구독했다면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이나 ‘더 글로리’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발을 들인다.

이런 구조를 위버스에 대입해보자. 위버스에는 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르세라핌 등 하이브 소속 가수 외에도 블랙핑크, 위너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들과 배우 김선호, 박보영 등도 입점해 있다.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 글로벌 스타들의 입점도 추진 중이다. 선호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위버스에 일단 들어오면, 다른 스타들과의 접점을 늘려 위버스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다. 위버스는 전 세계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무료 팬 플랫폼이다. 하지만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야 회원 전용 사진이나 영상 등 독점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전형적인 구독 시스템이다.

이는 수명이 짧은 K-팝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통상 표준계약서상 최대 계약 기간인 7년이 지나면 해체되는 그룹이 즐비하고, 보이그룹의 경우 군 입대를 기점으로 하락기에 접어든다. 이즈음이 되면 팬덤 이탈도 가속화된다. 이런 팬들에게 새로운 스타를 제시해 중장기적 관점으로 그들을 위버스 안에서 대안을 찾게 만드는 것이 플랫폼의 역할이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K-팝의 세계적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유튜브와 SNS다. 최신 미디어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와 K-팝이 제시하는 문화적 특성이 들어맞았다. 이 세대들이 자발적으로 바이럴에 참여한 것”이라며 “다음 K-팝 시장을 이끌어갈 알파 세대의 미디어 이용방식을 주목해야 한다. 방 의장은 위버스를 그런 글로벌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미디어는 빠르게 발전하고 소비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에 위버스가 이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위버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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