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억년 전 빅뱅부터 인류 탄생까지… 우주 역사 통해 보는 미래[과학자의 서재]

  • 문화일보
  • 입력 2023-03-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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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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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어렵고 지루하다. 과학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역사는 재밌다. 역사(history)에는 이야기(story)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할머니가 해준 옛날이야기를 지금은 하나도 기억 못 하지만 그 이야기는 얼마나 재밌었는지 우리는 잘 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뭘까? 선조의 찬란한 문화를 보면서 뿌듯한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 건 아닐 거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모든 나라는 망했다. 로마제국, 한나라, 통일신라, 고려, 조선 모두 망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망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지속가능할지 반추하기 위해서다.

자연사도 마찬가지다. 3억 년 동안 바다를 지배했던 삼엽충은 왜 멸종했는지, 1억6000만 년 동안이나 육상을 지배했던 공룡은 왜 멸종했는지 살펴보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인류가 조금 더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자는 것이다.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살피는 역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살피는 자연사를 확장하면 어떨까? 타임스케일을 우리나라가 시작된 5000년 전에서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30만 년 전, 생명이 등장한 38억 년 전, 빅뱅의 순간인 137억 년 전까지 확장하자는 것이다. 이것을 빅히스토리라고 한다.

자연사와 빅뱅의 영역은 역사학자의 대상이 아니었다. 역사학자들이 다른 영역에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빅히스토리를 도입한 분은 이화여대에서 미국사를 가르치던 고 조지형 교수다. 그와 천문학자, 생물학자, 물리학자 등이 손을 잡고 빅히스토리를 적극적으로 보급했다.

과학자들이 역사학자들과 함께 빅히스토리를 널리 알리려고 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역사를 보면 과학과 인간을 더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성과가 있을까? 빅히스토리가 사회에서 작동하는 시점은 언제일까? 빅히스토리 애호가가 빅히스토리 책을 내는 시점이 아닐까?

‘사피엔스의 깊은 역사’(바다출판사)를 펴낸 송만호는 철학과를 졸업하고 30여 년 변리사로 활동한 후 은퇴한 노인(!)이다. 역사와 과학 모두 그의 전공이 아니다. 책은 당연하게도 빅뱅으로 시작한다. 빅뱅의 의미가 무엇일까?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 수소 원자핵을 뿌렸다. 모든 것의 시작이다. 책은 지구-육지-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생명이 다양해지고 멸종하는 자연사의 근간을 이야기하며 호모사피엔스를 다룬다. 그리고 뇌와 지능을 깊이 있게 다룬다. 이 점이 다른 빅히스토리 책과 다른 점이다.

저자는 깊은 내용을 어깨에 힘을 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과학자라면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평생 독자였던 저자가 말년에 낸 책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자연과학의 여러 분야를 균형감 있게 이해해 시야를 넓히면서 아울러 인문학적 소양을 살찌우기에 제격인 책이다.

이정모 과학저술가(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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