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봐도 별을 봐도… 언제나 맴도는 ‘내님 얼굴’[주철환의 음악동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4-03 09:00
  • 업데이트 2023-04-0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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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따로 또 같이 ‘맴도는 얼굴’

요즘 LP 카페에 가보면 미세한 잡음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풍경에 어울리는 그 시절 그 노래 하나를 턴테이블에 올려본다. ‘한여름 밤 자다 말고 문득 깨어 별들을 보면 내 님 얼굴 유성기 판처럼 맴도네 맴도네 맴도네 맴’. 노래 제목은 ‘맴도는 얼굴’이고 가수는 전인권이다.

발표 당시(1979)엔 ‘따로 또 같이’라는 밴드의 구성원이었다. 초창기 4명(이주원, 나동민, 전인권, 강인원) 중 두 분(이주원, 나동민)은 세상을 떠났다. ‘따로 또 같이’는 노래만큼이나 팀 이름이 주는 울림이 크다. 따로따로 끼리끼리 ‘편 먹고 힘자랑’의 어수선한 장터에서 ‘따로 또 같이’는 존중과 평화의 슬기로운 전략 아닐까.

살다 보면 맴도는 얼굴도 있고(인생은 짧고) 맴도는 음악도 있다(예술은 길다). 오늘 노래 채집은 영화와 동행한다. 영화가 끝나면 명연기, 명대사, 명장면뿐 아니라 명곡의 여운이 남는다.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2020)는 제니퍼 니븐의 소설(‘All the Bright Places’)이 원작이다. 방황하는 청춘의 빛과 그림자를 두드러지게 만든 덴 음악의 공도 있다. 소니 앤드 더 선셋(Sonny & The Sunsets)이 부른 ‘태워버리기엔 너무 젊어’(Too Young to Burn)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눈물 흘릴 때마다 얻은 교훈이 있지. 되돌리기엔 너무 나이 든 건가’(Every tear rolling down is a lesson learned. Are you too old to turn?). 또 한 곡은 벤 플랫(Ben Platt)이 부른 ‘헤쳐 나가면서 크는 거야’(Grow As We Go)다. ‘너만 그런 건 아냐. 나는 미완성이고 배울 게 너무 많지’(You won’t be the only one. I am unfinished, I’ve got so much left to learn). 묘하게 두 노래엔 ‘따로 또 같이’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네가 높은 데로 갈 때 난 낮은 곳에 머물게’(When you’re high I’ll take the lows). ‘네가 썰물이 되면 난 밀물이 되어 줄게’(You can ebb and I can flow).

음악의 물결에 떠밀려 뭍에 닿으니 TV에 낯익은 배우(유아인)의 얼굴이 보인다. 드라마가 아니라 뉴스 시간인데 웬일이지? 경찰청 포토라인에서 수사물의 한 장면처럼 그가 말한 내용을 글자 그대로 옮겨본다. “저의 일탈 행위들이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그런 식의 자기합리화 속에서 그런 잘못된 늪에 빠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마을에도 음악동네에도 숲이 있고 늪이 있다.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조용필 ‘꿈’). 청춘의 숲에선 어쩌다 늪에 빠지기도 한다. ‘(파티가 열렸지) 늪에 빠진 거야’(조관우 ‘늪’). 나중에야 알게 된다. 숲에 갇히면 결코 숲을 보지 못한다. 늪에서 헤엄쳐 나오지 못하면 마침내 악어와 일체가 된다.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내 어린 날의 눈물 고인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느껴지네 외롭고 외롭던 숲’(시인과 촌장 ‘숲’).

우리는 무언가를 지으며 산다. ‘비눗방울로 집을 짓자… 김치로 옷을 지어 입어보자’(산울림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밥을 짓고 집을 짓고 옷을 짓고 죄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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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시끄러울 때 내가 위안 삼아 부르는 노래가 있다. ‘때가 되면 이들도 사라져 고요만이 남겠네.’ 여기서 이들이 누구냐. 바로 나무들이다. ‘모두가 사라진 숲에는 나무들만 남아있네.’ 이 번안 가요의 제목은 ‘아름다운 것들’이다. 지금 흘리는 눈물이 숲의 생명수가 될지 그냥 악어의 눈물로 남을지는 알아내기 어렵다. 전인권의 노래로 시작했으니 이 여정을 그의 노래로 마무리하자.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버리고’(‘걱정 말아요 그대’).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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