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부부’ 끌어들이는 北식당의 ‘비밀방’…“손님이 찾기 전엔 직원도 안 들어가”

  • 문화일보
  • 입력 2023-04-08 00:38
  • 업데이트 2023-04-0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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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통일과나눔 재단에서 열린 북한 야간 위성사진 분석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2022년 8월 북한을 촬영한 위성사진. 경제난으로 인해 평양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어둠으로 뒤덮여 있어 심각한 전력난을 짐작케 한다. 연합뉴스·38노스 제공



‘국정가격’으로 운영되는 北식당
일부는 ‘시장가격’으로 영리활동
“男女손님 오면 비밀 안방에 안내
일반 손님보다 가격 비싸게 받아”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규제가 여전한데다 장기간에 걸친 국제 제재로 내부 경제난의 여파를 맞고 있는 북한의 일부 식당들이 ‘비밀방’을 꾸며 더 높은 값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식당들은 ‘국정 가격’으로 운영되지만, 당국의 단속을 피해 일부 식당들이 시장원리로 영업을 하며 운영난을 해소하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요즘 청진 시내 중심부에 있는 유명 식당을 비롯한 대부분 식당들이 손님이 줄어 한산하다”며 “일부 식당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안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국내 거의 모든 식당은 국정 가격이 아닌 시장 가격으로 운영해 돈을 벌어 현금 계획을 수행하고 종업원들에게 월급도 주고 있다”며 “요즘은 종업원 월급은 커녕 국가 계획도 수행하기 힘들어 식당 책임자들이 정말 고민이 크다”고 설명했다.

RFA는 북한에서 이전에도 식당, 목욕탕, 노래연습장 등 일부 사회봉사단위들이 개별 방을 꾸려 운영해왔지만 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가 강화되면서 한때 쑥 들어간 뒤 최근 일부 식당에서 비밀방이 다시 등장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식당이 따로 설치한 ‘안방’은 보통 식당 안쪽 구석에 위치하며 기존에 탈의실이나 식자재 보관실로 쓰던 곳을 개조해 식탁을 놓고 개별 방처럼 만든 것이다. 소식통은 “식당 직원들은 청춘남녀나 8.3 부부, 애인(연인) 관계로 보이는 남녀 손님이 오면 조용히 안방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음식이 나간 후 손님이 찾기 전에는 접대원(음식 나르는 직원)도 안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8·3 부부’란 폐기물을 재활용해 추가로 만든 제품인 ‘8·3 인민소비품’에서 파생된 북한 내 은어로 불륜 커플을 의미한다. 지난 1984년 8월 3일 북한 당국이 “공장이나 기업소의 부산물을 활용해 생필품을 만들어 쓰라”고 지시를 내리면서 이후 비정상적으로 제조된 가짜 상품이나 조악한 물품을 의미하는 말로 ‘8·3’이란 말이 사용돼 왔다. 여기에 더해 법적 절차를 마치는 등의 정상적 부부가 아닌 경우 ‘8·3’과 ‘부부’를 합쳐 ‘8·3부부’라고 부르는 것이다. 소식통은 “젊은 여자를 데리고 오는 남자는 보통 돈이 좀 있는 사람으로 일반 손님보다 비싼 음식을 찾으며 맥주 등 술도 많이 먹는다”며 “돈을 잘 쓰는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끌기 위해 식당들이 비밀 안방을 꾸려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경남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도 “신포에서도 몇몇 식당들이 안쪽에 개별 방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며 “내가 직접 안방을 체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음식가격이 좀 비싼 느낌이 들었지만 같이 간 상대가 (여성인) 거래 대방(무역업자)이라 체면을 생각해 따지지 않았다”며 “나오면서 보니 직원이 또 다른 젊은 남녀 손님을 안방으로 안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들이 남녀 단둘이 오거나 연인 사이로 보이는 청춘 남녀들이 식당에 오면 안방으로 안내하고는 음식과 요리가격을 일반 손님보다 비싸게 받는다는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국가계획은 물론 직원들에게 줄 월급까지 벌어야 하는 식당들이 돈벌이가 안 되니 이런 오그랑수(꼼수)를 쓰고 있다”며 “음식 가격이 좀 비싸도 애인이나 8·3 부부 같은 남녀 손님들은 둘만 있을 수 있는 안방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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