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백성에게 빛을”… 한국 기독교 태동시킨 아펜젤러의 발자취 되짚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영훈(가운데)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이 권순웅(오른쪽) 공동대표회장, 이철 명예회장과 함께 인천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탑 앞에서 손을 맞잡았다.

■ 한교총 ‘기독교 문화유산’ 탐방

아펜젤러·언더우드 헌신 기려
인천에 100주년 기념탑 건립
“선교사들 섬김 정신 본받아야”

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오늘 사망의 빗장을 부수시고 부활하신 주님께 간구하오니 어두움 속에서 억압을 받고 있는 이 한국 백성에게 밝은 빛과 자유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인천항 옆에 자리한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에 새겨진 기도문이다. 헨리 아펜젤러(1858∼1902)가 1885년 4월 9일 선교보고서에 기록한 것을 옮겼다고 한다. 미국 감리교 선교사인 아펜젤러 부부와 장로교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는 부활절인 4월 5일 제물포항(현 인천항)에 첫발을 디뎠다. 한국 개신교 역사는 이때 막을 올렸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3일 인천 지역의 기독교 문화유산을 탐방했다. 한국 개신교 138년 역사의 첫 발자취를 찾아 그 의미를 새기기 위한 것이었다. 대표회장인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공동대표회장 권순웅 목사(예장합동 총회장), 명예회장 이철 감독(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 등이 함께했다.

1986년에 세운 100주년 기념탑은 성부, 성자, 성령을 상징하는 세 개의 탑신으로 이뤄져 있다. 중앙에 청동상이 있는데, 조선에 첫 선교사로 온 젊은이 3명의 감격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탐방단 안내를 맡은 박철호 기념탑교회 목사는 “3명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4명”이라며 웃었다. 아펜젤러 부인이 태중 아기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펜젤러 등이 숙소로 사용한 대불호텔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인천 내리교회가 나온다. 제물포에 한 달간 머물렀던 아펜젤러가 1885년 7월 초가에서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 감리교회다.

이 교회 역사관은 아펜젤러에 이어 조지 존스(1867∼1919) 선교사와 한국 최초 목사인 김기범(1869∼1920) 등이 헌신한 내용을 각종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존스 목사 부부가 1892년 교회 내에 영화학당을 설립해 당시에 없던 여학생 교육도 했다는 것이다. 김활란 이화여대 총장, 황정순 배우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개화기의 선교사들은 복음 전파뿐 아니라 교육, 의료를 담당하며 우리나라를 진심으로 섬겼다”면서 “오늘날의 한국 교회는 어떤지 되돌아보게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교회가 급성장하며 교권 다툼으로 분열했으나, 개교회를 넘어서 교회 전체가 섬김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리교회에서 언덕길을 잠시 올라가니 대한성공회 최초 성당인 내동교회가 나왔다. 중세 유럽풍의 석조 양식에 우리 전통 가옥의 처마 곡선을 살린 건물의 미감이 빼어났다. 탐방에 동행한 허은철 총신대 교수에 의하면, 1890년에 세운 첫 성당은 6·25전쟁 중 소실됐으나 성공회 의료선교사들이 활동하던 성누가병원 자리에 1956년 신축했다. 그래서 ‘英國病院(영국병원)’이라고 적힌 빗돌이 그대로 있다. 엘리 바 랜디스(1865∼1898)를 기리는 비석도 보인다. 선교사이자 의사였던 그는 낮엔 진료하고 밤엔 영어를 가르치며 번역 작업을 하다가 과로로 33세에 타계했다. 아펜젤러도 선교에 밤낮으로 애쓰다가 불의의 선박 사고로 44세에 세상을 떠난 것을 생각하면, 한반도에 바친 그들의 삶에 새삼 고개를 숙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