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반도체 위기와 이재용 전략

  • 문화일보
  • 입력 2023-04-1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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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채 산업부 차장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메모리 반도체 D램 감산을 전격 발표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보다 약 반년 늦은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시장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버텼다. 올해 1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 이후 삼성전자도 사실상 감산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오자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이 직접 나서 인위적 감산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버티던 삼성전자가 감산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시장 점유율 상승을 이뤘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D램 시장이 최근 몇 년간 안정적 과점 상태를 보였던 가운데 불황은 유동성을 만들었다. 생산량을 줄인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점유율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컸다. 또 다른 해석은 삼성전자도 결국 버티지 못할 정도로 반도체 시장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처참한 수준의 실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밝힌 이유는 조만간 발표될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조사 결과 등을 통해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짊어져야 할 기회비용은 올해 1·2분기 실적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감산 선언을 하지 않으면서 D램 가격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고,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 적자는 3조∼4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 등의 선방으로 간신히 회사 전체 적자를 면했지만, 현대자동차와 LG전자보다 좋지 않은 성적표를 감수해야 했다. 2분기에도 이러한 흐름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장기 경쟁력을 위한 변화를 택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재용 회장은 DS부문 경영진과 올해 초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올해 투자 규모를 축소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과 재무 파트에서는 투자 축소와 감산 등을 건의했지만, 이 회장은 “자신 없으세요?”라고 반문하며 투자 계획을 밀어붙였다. 이 회장이 없었다면 취하기 어려운 전략이었다.

세계적인 경영 서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이먼 시넥은 지난 2019년 펴낸 ‘인피니트 게임’에서 “비즈니스의 세계는 유한게임이 아닌 무한게임”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을 창업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은 단기간의 실적에만 집착하지 않았고, 회사의 영속성을 생각하며 가치를 만들어 갔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면서 목표를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런 기업은 일반 사람들도 잘되기를 원하고, 다니던 직원들도 퇴직 후에 더 애정을 갖는다고 시넥은 전한다.

직업 전문경영인보다 창업가나 오너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한게임적 사고다. 이 회장도 지난해 취임하면서 ‘영업이익 100조 원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김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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