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유니세프 30년 봉사 따뜻한 평가받아… 건강 90% 회복했으니 연기해야죠”[M 인터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04-21 08:59
  • 업데이트 2023-04-21 09:38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 옥상공원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성기 이사장이 밝게 웃으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투병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9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쓰지 않았다. 박윤슬 기자



■ M 인터뷰
- ‘4·19민주평화상’ 수상… 혈액암 투병 국민배우 안성기

매일 1시간씩 헬스장에서 운동
연말쯤엔 컨디션 100% 될 듯
사회 행복지수 높이는 일 찾아
신명 바치려는 희망 안버릴 것

투병중에 촬영한 ‘탄생’ ‘한산’
투혼과 작품의 힘 덕이었던 듯

출연 200편중 인상깊은 작품?
‘바람불어 좋은 날’ ‘라디오스타’
배우·인생선배로 신영균 존경


“충무로에서 가장 재미없는 사람은 원로배우 신영균이다. 그에 못지않게 재미없는 사람은 안성기다” 여성영화인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가 언젠가 한 영화인 모임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맞아요”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맞장구를 쳤다. 서울대문리과대학동창회가 제정한 제4회 ‘4·19민주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국민배우 안성기(71)를 지난 7일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하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역시 채 대표 말에 공감이 갔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짧게 하거나 웃음으로 대신 하기도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난 2021년 10월 관악대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의 거장(巨匠) 신영균(95)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과의 인터뷰 때도 그랬다. 이런 경우 기자는 대략 난감하다.

영화 속 안성기와 실제 안성기는 전혀 달랐다. 영화 ‘실미도’에서 684부대 훈련대장의 근엄함과 카리스마도, ‘투캅스’에서의 코믹함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바람불어 좋은 날’에서 덕배 역의 그가 실제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건강 때문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석했던 50년 지기 김두호 재단 상임이사에게 물었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 과묵하고 쑥스러움 잘 타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안성기 이사장은 혈액암 항암 치료로 머리털이 빠져 모자를 쓰고 다녔으나 이날은 건강이 많이 회복해 투병 소식이 알려진 이후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쓰지 않았다. 백발이 제법 많이 자란 모습이어서 희망적이었다. 우선 현재의 건강 상태부터 물어봤다.


―국민들이 건강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상황이 궁금하다.
“주치의가 피검사니 뭐니 쭉 해보면 정상으로 나온다고 했다.”

―혈액암 투병 이전이 100%라면 지금 몇 % 정도라고 말할 수 있나.
“(잠시 침묵 후) 글쎄….”

―70%쯤 되나.
“그 정도는 넘는다. 90%쯤 된다.”

―겉으로 보기엔 많이 좋아 보인다. 목소리가 좀….
“좀 가라앉았다.”

―병원엔 얼마나 자주 다니나.
“요새는 한 달에 한 번씩 다닌다.”

―언제쯤 100% 완치될 거 같나.
“올해 안에는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다.”

―지금 심경이 어떤가.
“벗어나서 다행이다 싶다.”

―투병 생활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많이 힘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뭐였나.
“(잠시 침묵) 가족과 영화관계자들, 그리고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는 2019년 혈액암을 진단받아 이듬해 완치했지만, 6개월 만에 재발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 9월 투병 사실이 알려졌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아파트 단지 안 헬스장에서 웨이트도 하고, 트레드 밀(러닝머신)에서 뛰기도 한다.”

―주로 언제 운동하나.
“매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정도 한다.”

―‘4.19 민주평화상’의 네 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받았다. 주로 사회 지도층에서 받는 상인데. 수상 소감을 말해 달라.
“글쎄. 내가 그런 상을 받는 게 맞는 것인지…. 앞으로 더욱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는 시상식이 열린 지난 19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이어졌다. 이날 시상식에서 안 이사장은 “영화배우 활동보다 유니세프를 통해 국경을 초월해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생각하며 살아온 제 삶과 활동에 따뜻한 평가를 해주신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남아 있는 제 삶에서 열정을 다해 저의 작은 힘이지만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신명을 바치려는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4·19 민주평화상’은 2020년 서울대문리과대학총동창회가 ‘4·19 정신’을 계승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했으며, 민주주의 정착, 사회정의, 평화 구현에 기여한 사람을 선정해 매년 시상해왔다. 안 이사장은 1993년부터 국제구호기금인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 현지 봉사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또 원로배우 신영균 회장이 500억 원을 기부해 2011년 설립한 재단 이사장을 맡아 13년째 영화 연극예술인 자녀 장학금지원 사업, 단편영화 제작지원 사업 등을 주도해왔다. 이외에도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 이사,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는 CJ문화재단 이사 등으로도 활동하며 문화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성기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은 지난 19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4.19 민주평화상’ 시상식에서 “남아 있는 제 삶에서 열정을 다해 저의 작은 힘이지만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신명을 바치려는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탄생’이 지난해 11월 개봉했다. 투병 중에 촬영했나.
“그렇다.”

―지금보다 건강이 더 안 좋았을 텐데.
“물론이다.”

―어떻게 지금보다 안 좋은데 영화를 찍을 수 있었나.
“그냥 뭐….”

―지난해 7월 개봉한 ‘한산:용의 출현’ 출연도 아플 때였나.
“그때도 아팠을 때였다.”

―‘한산’이 700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끌어모으며 흥행했다. 투혼 덕분이었던 거 같다.
“그 작품이 ‘명량’ 후속편이니까. 그 작품의 힘이 컸다.”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이나 섭외된 작품이 있나.
“없다.”

―캐스팅이 들어온다면 또 할 건가
“(웃으며) 해야지.”

―지난 2021년 신영균 원로배우 인터뷰 때 향후 계획을 질문했더니 “100세 전에 스펜서 트레이시 주연의 ‘노인과 바다’와 같은 멋진 작품 한 편 꼭 남기고 싶다”고 답변했다. 꼭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웃으며) 그런 욕심 없다.”

―이미 멋진 작품을 많이 남겨서….
“(웃음)”

만 5세 때인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 이사장은 66년 동안 약 20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영화를 계속할 계획인가.
“당연히 계속할 생각이다.”

―K-무비가 세계인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영화인 지원을 많이 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영화계 원로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음…. 너무 잘하고 있고, 자랑스럽다.”

―반면 한국영화가 최근 국내에서는 흥행 면에서 부진하다. ‘티켓값을 낮추자’, 이런 얘기들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은 내가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직을 13년째 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인가.
“힘이 된다면 영화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그는 항암 치료 기간에도 재단의 단편영화 제작 지원사업 등 주요 회의와 영화 연극예술인 자녀 장학금 수여식 일정에 참석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 재단이 주관한 ‘제12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최종 심사위원회의를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영화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웃으며 잠시 침묵 후)그냥 영화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과는 좀 안 어울린다. 요새는 영화를 극장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방송이나 넷플릭스 등에서 같이 하니까.”

―영화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음…. (잠시 상념에 빠진 후) 영화를 좋아하면 그 좋아하는 마음이 변치 말아야 한다.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영화배우로 나선 이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야 한다.”

―그동안 남긴 작품이 약 200편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영화가 가장 애착이 가나.
“글쎄. 한두 편으로 얘기하기가 힘들다. 몇 편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나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궁금하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 그때 이 감독이 대마초 때문에 활동을 못 하다가 그 작품을 해서 잘 됐다. 그 작품이 아주 쌩쌩(신선)하다. 그리고 ‘라디오스타’다.”

―그 작품들의 캐릭터가 실제 모습과 비슷하다.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고개만 끄덕끄덕)”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좋은 아저씨나 좋은 할아버지. (웃음)”

인터뷰는 오찬을 하면서 이어졌다. 메뉴는 보리굴비 한식. 맥주도 한잔 곁들이면서 진행했다. 평소 안 이사장은 와인을 즐겨 마신다고 했다.

―가장 존경하는 배우는 누구인가.
“신영균 회장이다.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도 존경한다. 제 인생의 길잡이가 돼 주셨다.”

―강수연 배우, 참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소회를 말해줄 수 있을까.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참 아까운 배우였다.”

―최근에 본 영화는 무엇인가.
“글쎄. 뭐가 최근인지 모르겠다. 요즘 워낙 케이블에서 (영화가) 계속 나와서.”

―요즘 활동하는 후배들 가운데 눈여겨보는, 인상적인 후배가 있는가.
“바로 생각이 안 난다. (웃음)”

―가장 연기를 잘하고 아끼는 후배는.
“박중훈….”

―지난해 치료받고 있던 강남성모병원에 1억 원을 기부했는데. 어떤 취지였나.
“거기 병원 분들이 잘해주셨다. 그래서 고마움이 있었고.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도 주고 싶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변함없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4·19 민주평화상’ 시상식에서 신영균(왼쪽)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안성기 이사장을 격려하고 있다. 박현수 기자



■ 13년째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활동… “예술인재 육성·지원 착실히 실행”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은 원로배우인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5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기부해 지난 2011년 설립됐다. 안성기가 초대 이사장을 맡은 이후 13년째 예술인 자녀 장학사업, 단편영화 제작 지원사업 등을 주도해왔다.

장학사업은 10년 이상 영화 및 연극 분야에서 활동하며 예술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 자녀 가운데 학업성적이 우수한 대학생 및 고교생 440명에게 총 7억3000만 원을 지원했다. 단편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사업인 ‘필름 게이트’는 단편영화 사전 제작 지원 공모전으로 연간 두 차례 총 10여 편의 작품을 선정해 각 1000만 원의 창작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013년 한국 최초 칸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세이프’(문병곤 감독)를 비롯해 필름 게이트 제작 지원 작품 101편이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 및 초청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남양주종합촬영소가 문을 닫으면서 중단했던 어린이 영화 체험 교육 사업인 ‘꿈나무 필름아트캠프’도 벌여 지난해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문화시설과 혜택이 비교적 적은 제주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특히, 한 해를 마감하며 돋보이는 활동과 업적을 남긴 각 분야 대표 예술인들을 선정해 시상하는 ‘아름다운 예술인상’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시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고덕동 스테이지28에서 개최된 시상식에서 안 이사장은 “12번째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 축제를 이름 그대로 아름답고 뜻깊게, 그리고 빛나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설립 목적에 어긋남이 없는 예술 인재 육성 및 지원 사업을 착실하게 실행해 왔다”고 말했다.

박현수·이정우 기자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