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옷벗고… 드러눕고…“공사비 달라” 떼쓴 ‘서초건폭’ 검찰 송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서울 서초구 한 건물 2층을 불법 점유한 한 공사업체 건설 인부가 속옷 차림으로 건물을 활보하고 있다. 독자 제공

공사 건물 2달간 불법점유
건조물 침입·영업방해 혐의

서울 서초구 한 건물에 2달 동안 텐트를 치고 불법 점유를 하면서 ‘쓰레기 산’을 만들고 속옷 차림으로 활보하는 등 ‘거짓 유치권 행사’를 하며 행패를 부린 한 건설 인부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건물 한 층을 불법 점유한 50대 건설 인부 A 씨를 건조물 침입·영업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지난 2020년 서초구 한 5층 건물을 6층으로 확장하는 증축 공사를 맡았다. 그러나 공사를 맡겼던 건물주 B 씨의 남편이 사망하면서부터 B 씨에게 자재 값 변동 등을 이유로 달마다 1000만 원가량의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등 태도가 돌변해 건물 2층을 불법점유했다. 급기야는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2달간 이 건물 2층을 불법 점유하고 유치권 행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A 씨는 자신의 동료 업자들을 불러 텐트를 치고 건물 2층에 눌러앉았다. 짜장면을 시켜먹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려 건물 한편에 ‘쓰레기 산’을 만들고, 속옷 차림으로 활보하면서 여자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는 등 건물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평일 오전에도 입구를 막아 건물을 드나드는 이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B 씨의 주장이다. B 씨는 “건설현장에서 생떼와 협박을 일삼는 ‘건폭’과 다를 바가 없었다”며 “이들이 행패를 부리는 기간에만 경비소장 5명이 줄줄이 사표를 썼고, 이 건물에 17년 동안 살던 세입자도 도저히 못 버티겠다며 이사를 가는 등 손해가 막심했다”고 토로했다.

참다못한 B 씨는 법원에 A 씨를 상대로 한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심에서 “A 씨는 자신에게 유치권이 없음을 알면서도 건물을 무단으로 점유한 불법 점유자에 지나지 않는다”며 B 씨 손을 들어줬다. 경찰 관계자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보완수사를 통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