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대변의 微생물은 美생물

  • 문화일보
  • 입력 2023-04-28 11:44
  • 업데이트 2023-04-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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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
환자 세균총의 변화 유도해

바짝 야윈 사람의 장내 미생물
비만인에 주입해 살빼기 성공

사람 건강은 생젖산균에 달려
그래서 사서 요구르트 먹는 것


미생물(微生物)은 박테리아(bacteria·세균)나 원생동물(原生動物), 균류(菌類) 등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작은 생물을 일컫는다. 미생물은 아주 작은 ‘미물(微物)’이면서도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많이 하기에 아름다울 미 자를 써서 ‘미물(美物)’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보조식품 프로바이오틱스나 요구르트가 무척 이로운 세균(젖산균) 덩이듯이.

그리고 우리 몸의 여러 기관에 늘 붙어사는 상재균(常在菌·resident flora)은 침입한 해로운 비상재균을 쫓아내고, 여러 기관을 도우며 사니 결국 사람과 상재균은 공생한다. 그런가 하면, 한 사람의 몸 안팎에 터전을 잡은 세균이 체세포(약 100조 개)와 맞먹거나 그것의 10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우리 몸은 하나의 거대한 미생물 세계 즉, 세균생태계(微生物 生態系, microbial ecosystem)/미생물 군총(微生物 群叢, microbiota/세균총(細菌叢, microbiotome)을 이룬다.

세균은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주로 음식물 찌꺼기나 소화가 덜 된 음식을 분해하여 얻기에 소화기관에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장에 무려 1500∼4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또 코안에 900여 종, 질(膣)에 300여 종, 피부에 1000여 종, 입속에 400∼600여 종이 사는데 사람마다 부위에 따라 종류나 수가 각각 다르다. 사람 내장 세균총 중 소장(小腸) 장액 1㎖에 10만 마리의 세균이 있으며, 대장(大腸)의 장내 미생물(gut flora)은 4000종 남짓하다고 한다. 대장에 서식하는 세균을 총무게로 환산하면 약 1.5㎏이나 되고, 대변 건조 중량의 60%가 장미생물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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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이 튼실해야 마음과 몸이 건강하다! 대장의 장내세균이 하는 일 몇 가지를 알아보자.

△장내세균(gut flora)은 비만에 관여한다. 위(胃)는 배고픔을 알리는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의 양을 조절하고, 장내 미생물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leptin)의 양을 조정한다. 그러므로 건강한 장내세균이 없으면 호르몬 조절을 못 해 과체중이 되기 쉽다.

△장내세균총(gut microbiota)은 몇 가지 비타민과 더불어 장의 염증을 억제하는 화합물 등 인간이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는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낸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대장 속에 사는 미생물은 ‘제3의 장기(臟器)’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일들을 한다.

△내장 세균(gut microbiotome)은 면역계를 자극해 항체(抗體) 근원 물질을 70% 이상 만들어 면역(免疫)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즉, 항체 형성으로 면역계를 건강하게 하며, 면역계에 중요한 T세포 생성을 활발히 하여 저항력 있는 건강한 몸을 유지하게 한다.

△장내세균들이 내장 벽의 림프계를 자극하여 점액 상피에 유해 세균 번식을 억제한다.

△장(腸, gut)과 뇌(腦, brain) 사이에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이 있다. 일례로 독성물질을 먹었을 때 장내세균들이 이에 반응해서, 뇌가 구토나 설사를 일으키도록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장을 ‘제2의 뇌’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당뇨, 위궤양, 간 질환, 암, 중추신경계 이상까지도 모두 장내세균의 기능과 관계가 있음이 알려졌고, 프로바이오틱스(생젖산균)를 강박장애나 주의력결핍, 과잉 행동장애에도 처방한다니 장내 미생물들이 정신건강에도 두루두루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아무튼 대장 내용물 1g에 1000억 마리에서 1조 마리의 세균이 산다. 그런데도 대장은 어떻게 튼튼하게 유지될까? 그 일은 주로 ‘착한 생균(生菌)’인 젖산균이 한다. 김치나 김칫국물, 요구르트나 치즈 등에 많이 든 젖산균을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생균/생젖산균)’라 하고, 그들의 먹잇감인 식이섬유·된장·청국장 따위를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라 한다. 생젖산균을 우리는 예부터 젖산발효 식품인 김치·물김치·고추장·된장·청국장에 든 젖산균으로, 또 서양인들은 요구르트·치즈 따위로 채웠다. 그리고 건강보조식품의 프리바이오틱스에는 단당류와 비슷한 올리고당과 다당류인 이눌린 따위가 들었다.

다시 말해서, 프로바이오틱스에는 젖산균(Lactobacillus bulgaricus)과 비피더스균(Bifidobacterium bifidus)들이 있고, 장내 미생물인 프로바이오틱스의 자람을 빠르게 하거나 활발하게 하는 것은 대표적으로 식이섬유(食餌纖維)다. 식이섬유소는 위나 소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고 대장으로 내려가서 유익한 세균의 먹잇감이 되는 것으로, 고구마·우엉과 해초·과일·곡식·버섯·채소 등이다.

‘대변이식(fecal transplant)’이라는 치료법이 있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장내세균)을 환자의 대장에 집어넣어 세균총의 변화를 유도하는 치료 방법인데,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걸러 찌꺼기를 없애고 냉동 보관해 뒀다가 환자에게 주입한다. 즉, 바짝 야윈 사람의 장내 미생물(대변)을 비만인에게 주입해 살을 빼게 한다. 한마디로 사람의 건강은 대장을 튼튼하게 하는 생젖산균(프로바이오틱스)과 그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그렇듯, 사람들은 비싼 돈 주고 요구르트나 건강보조식품인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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