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阿어린이와 함께한 시간 행복”… 헵번 ‘헌신의 삶’[역사 속의 This week]

  • 문화일보
  • 입력 2023-05-01 09:02
  • 업데이트 2023-05-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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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은 말년에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세계 각지를 방문해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돌보며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에 앞장섰다. 유니세프



■ 역사 속의 This week

유럽 한 왕국의 공주 앤은 유럽 순방을 하며 바쁜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빡빡하고 통제된 일정에 싫증이 난 공주는 결국 로마에 도착한 후 숙소에서 탈출하고, 우연히 신문기자 조 브래들리와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함께 스쿠터를 타고 로마 시내를 다니며 하루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인공을 맡아 1953년 개봉된 영화 ‘로마의 휴일’은 24세 신인 배우였던 헵번을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헵번 스타일’인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이 유행했다.

그는 1929년 5월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 은행가 아버지와 네덜란드 귀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이혼한 후 10세 때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나치에 점령된 네덜란드에서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이때 그를 구해준 것이 유니세프전신인 ‘유엔구제부흥사업국’의 구호품이었다. 훗날 그가 구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이다.

어릴 때부터 발레리나가 되길 원했지만 170㎝의 큰 키 때문에 꿈을 접고 단역배우를 시작했다. 브로드웨이 연극 ‘지지’ 출연을 계기로 ‘로마의 휴일’에 캐스팅됐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마이 페어 레이디’ 등 출연작들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귀엽고 청순한 ‘할리우드의 요정’으로 사랑받았다.

영화계를 은퇴한 후 1988년부터 유니세프 친선대사를 맡아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1년에 1달러의 보수를 받고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전쟁과 전염병으로 위험한 지역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에티오피아, 수단, 방글라데시 등 여러 나라를 누비며 굶주림과 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을 전 세계에 호소했다.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린이 100만 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라는 그의 말은 수많은 사람의 기부를 이끌어 냈다.

1992년 9월 소말리아 방문 중 극심한 통증에도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4개월 뒤인 1993년 1월, “영화배우로서의 인생보다 아프리카의 고통받는 어린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더 행복했다”던 헵번은 64세의 나이로 은막에서보다 더 아름다웠던 헌신의 삶을 마감했다.

그는 생의 마지막 크리스마스에 두 아들에게 유언처럼 시 한 편을 들려줬다. “나이가 들면서 손이 두 개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한 손은 자신을 돕는 손이고 나머지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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