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울갤’ 유사갤러리 즐비… 전방위 모니터링을

■ 현장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니까, 하루빨리 폐쇄해야 한다느니 그런 소리가 나오죠.”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를 이용하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게 부담스러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이주’했다는 A 씨. 그는 기자에게 “카카오톡 외에도 디스코드에서도 활동 중”이라며 우울증 갤러리 폐쇄 조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10대 이용자들의 극단적 선택과 ‘그루밍 성범죄’ 온상으로 지목된 우울증 갤러리를 놓고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미 디시인사이드 내에는 ‘조울증 갤러리’ ‘좌절 갤러리’ ‘은둔형 외톨이 갤러리’ 등 우울증 갤러리와 성격이 비슷한 갤러리가 즐비하다. 우울증 갤러리가 비정상화될 경우 이주할 수 있는 ‘우울증 갤러리 대피소 갤러리’도 만들어진 상태다. 갤러리 명칭과 관계없이 어떤 이용자들이 모이냐에 따라 갤러리 성격이 자리 잡는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를 고려하면, ‘제2의 우울증 갤러리’가 될 장소는 널려 있다.

갤러리 이용자들은 A 씨처럼 카카오톡·디스코드 등 다른 플랫폼으로 빠져나가 ‘소모임화’하기도 한다. 현재도 갤러리 은어인 ‘울갤(우울증 갤러리의 줄임말)’ ‘맨헤라(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일본 인터넷 용어)’ 등으로 검색을 하면 어렵지 않게 카카오톡 소모임에 접촉할 수 있다. 범죄 소지가 있는 이용자들이 수사에 극도로 비협조적인 텔레그램으로 숨어들면 추적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풍선효과(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반대쪽이 튀어나오는 현상)’를 이유로 경찰의 폐쇄 요청을 거부한 디시인사이드 측 우려도 수긍은 된다. 하지만 ‘울갤’을 포함해 청소년을 범죄와 극단적 선택에 내모는 사이트에 대한 집중 및 상시 모니터링이 우선돼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가 준비해둔 자살 상담 창구를 왜 거부하는지 원인을 찾을 때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