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협업 무시한 간호법… 절차적 정당성 잃고 갈등만 키워[기고]

■ 기고 - 박형욱 단국대 교수 · 의료법학회 이사

2022년 5월 9일 오후 2시 12분 부산에 있던 국민의힘 모 의원은 갑자기 문자 하나를 받았다. 같은 날 오후 4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개최된다는 것이었다. 물리적으로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안소위 위원장이 당일 오후 1시 30분에서야 국민의힘 간사 의원에게 2시간 30분 후인 오후 4시 개최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안소위에 참석하지 못한 채로, 민주당은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했다.

2022년 5월 17일, 양당 간사 간에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간호법안을 미상정하기로 협의가 돼 있었다. 회의 당일 민주당 소속 위원장이 직권으로 간호법안을 상정했다. 이후, 위원장은 본회의 직회부 표결을 강행했다.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한 번 미룬 이후에 정부와 여당이 중재안을 제시했다. 양측의 의견을 반영한 내용이었다. 그 중재안을 토대로 찬반 그룹들이 부족한 부분, 보완이 필요한 내용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다시 중재안의 수정안을 만들 수 있었다. 그 과정에 이어져 양측의 의견을 절충한 합의안을 만들어 내는 과정,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중재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데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안을 의결했다.

최근 보건의료계에서 극한 반발을 불러온 간호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된 전말이다. 자유당 시설 야당 국회의원들이 탄 버스를 헌병대가 통째로 끌고 갔던 사건을 연상케 한다. 2시간 전에 회의를 개최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협의가 아니다.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불가피하게 다수결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정당한 권리를 무시한 다수결의 강행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입법은 그 자체로 위헌이다.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갈등을 극대화한다. 절차를 무시한 입법은 내용적으로도 많은 흠결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1951년에 제정된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의 직무와 면허에 관련된 사항을 통일적·체계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의료의 영역인 진료, 진료보조, 간호, 조산이 의료현장에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점을 고려해 의료법에서도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것이다.

지난 70년간 이러한 단일법 체계를 유지해 온 이유는 의료현장에서의 각 영역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국민에게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호법은 의료의 영역 중 하나인 간호만을 분리해 별도 법으로 제정하는 것이다. 이는 의료법 일원화 체계에서 의료-간호 이원화 법체계로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의료역사 70년 만에 이루어지는 의료법 체계의 일대 전환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만나는 직종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이다. 이처럼 의료현장은 수십 개의 보건의료 직역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다. 국회는 당연히 이들 직역 간의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간호법이 국회에서 처리되는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 조정 기능도 포기해 버렸다. 야당의 수적 우위에 입각한 입법독재로 인해 사회적 갈등은 극대화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