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뒤 10만 원 건넨 소속사 대표”… J-팝 거물의 ‘연습생 성 학대’ 논란[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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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14 13:43
업데이트 2023-05-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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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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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10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연예계 거물 쟈니 기타가와의 사망 소식을 보도하는 대형 스크린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 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일본 최대 아이돌 기획사 대표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쟈니스’ 창립자의 연습생 성 착취 만행이 일본 사회 다뤄지지 않는 이유는 지난 몇십 년 간 일본 방송사와 신문사와 쟈니스가 맺어온 유착 관계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공영방송조차 사실관계를 적시하는 스트레이트 기사 정도만 쓴다.”

일본의 한 기자는 최근 전 세계에서 논란이 되는 일본 J-팝 아이돌 왕국의 전설인 ‘쟈니스’의 창업자인 쟈니 기타가와(喜多川) 의 남성 연습생 성 착취 만행이 일본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기타가와의 범죄가 은폐되어 온 건 일본 내에 공고한 쟈니스의 위치와 방송국 카르텔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NHK와 인터뷰를 진행한 가우안 오카모토NHK 캡쳐



1931년생인 쟈니 기타가와는 지난 1962년 연예 기획사인 쟈니스 사무소를 설립해 SMAP, 아라시 등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을 배출해왔다. 지난 3월, BBC가 탐사 다큐멘터리 ‘포식자, J팝의 비밀 스캔들’을 공개한 뒤 기타가와에 대한 폭로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 언론은 이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기타가와는 ‘주니어’라고 불리는 연습생 제도를 이용해 수십 년 간 어린 소년 연습생들을 성 착취하고 학대해왔다. 일명 ‘주니어’라고 불린 연습생들은 입사 후 먼저 다른 그룹의 백댄서로 활동하다가 기타가와의 결정이 내려져야 비로소 정식 데뷔해 회사 차원의 관리 및 홍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쟈니스’ 연습생 출신 하시다 야스시(橋田康) 역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13세 때 처음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슈칸분춘(週刊文春)’에 고백했다. 하시다는 1999년 지방 공연을 마치고 호텔에 있는데 기타가와가 갑자기 이불 속으로 들어와 입으로 구강성교를 했고, 자신 옆에서 자고 있던 후배에게 옮겨 갔다고 설명했다. 하시다는 “살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성에 지식도 없던 나는 그저 온몸이 공포로 굳어 버렸다”며 “이후 샤워를 하고 침대로 돌아와서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다음날 기타가와는 하시다에게 “하시다 이거”라면서 1만 엔(10만 원)을 줬고, 하시다는 아무 설명 없이 받은 돈을 보며 ‘내 가치는 10만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해당 성 착취 이후 하시다는 일이 늘었고,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인기를 누렸지만, 결국 고등학교 때 쟈니스를 퇴사하게 됐다.

쟈니스 주니어들은 기타가와의 성폭행을 ‘하반신 마사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쟈니즈 연습생이던 가우안 오카모토(26) 역시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2~2016년 기타가와에게서 15~20회 정도 성적 피해를 당했다”며 “처음 피해를 당한 건 사무실에 입사 2개월 뒤 15살”이라고 밝혔다. 오카모토는 “당시 연습생들은 기타가와가 누군가에게 마사지를 해준다고 하면 다들 ‘오늘 차례는 얘’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우안 오카모토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쟈니 기타가와 전 사장에게 성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앞서 실제 15세 때 쟈니스 연습생으로 들어간 하야시(익명)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타가와와 처음 만난 지 일주일 만에 그의 자택에서 당한 일화를 공개했다. 하야시는 “잠시 후 기타가와가 다가오더니 ‘가서 목욕하라’고 했다”면서 “기타가와는 내가 인형인 것처럼 온몸을 씻겼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하야시는 기타가와가 자신에게 구강성교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하야시는 당시 기타가와의 자택에 함께 거주하던 다른 연습생들이 “성공하려면 참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던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기타가와에게 ‘그루밍’을 당한 남성 연습생들이 성 착취를 ‘성공을 위한 관행’ 정도로 삼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연습생은 기타가와가 본인 집에 찾아와 부모님을 옆방에 두고 성관계를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한 연습생은 “부모님은 나와 같은 방에 기타가와의 잠자리를 마련해두었다”며 “그날 밤 그는 내 생식기를 입에 넣었다. 믿지 않겠지만 부모님이 바로 옆 방에서 주무시고 계셨다”고 말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당 논란에 대해 쟈니스 측은 “기타가와가 사망한 지 4년이 지나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쟈니스 팬 연합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1만6000건의 서명서를 보냈지만, 이에 대한 쟈니스에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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