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 불태우는 대만정부… 청년들은 “중국과는 분리된 나라, 걱정 이해 안돼”[Global Window]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6 08:57
  • 업데이트 2023-05-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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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11일 타오위안 군기지 예비군 훈련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AP 뉴시스



■ Global Window - 중국 침공 대비, 정부·민심 온도차

외교부, 외신기자 초청 회견서
“대만 취약 판단땐 공격할 수도
자력방어·국제사회 지원” 강조

1020은 ‘정부가 할 일’ 취급
“미국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3040, 현실적 고민속 낙관전망


타이베이 =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중국이 대만 침공 관련 위협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대만 정부와 민심은 온도 차를 보였다. 우자오세(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지난 9일 외신기자 대상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전쟁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대만이 스스로를 지키는 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거고 협력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우 부장처럼 대만 정부 관계자들은 “대만의 자력 방어를 위해서 모든 준비를 다할 것”이라며 중국의 침공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며 대비하는 모양새였지만, 대만에서 만난 대중들의 속내는 달랐다.

같은 날 대만 타이베이(臺北) 한 야시장에서 만난 19세 남성은 “중국의 대만 침공은 내 알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20대 남성도 “대만은 중국과 완벽히 분리된 나라인데, 왜 침공을 한다고 세계가 걱정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만 정부와 민심 간 차이가 내년 1월 열릴 예정인 총통·입법원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강조하는 집권 민진당과 친중에 무게를 둔 국민당 중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자오세 대만 외교부장(장관)이 지난 9일 외신기자 대상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제공



◇전의 강조하며 세계 각국의 대만 지원 필요성 요청하는 대만 정부 = 기자가 대만 외교부 외신기자 초청으로 7일부터 13일까지 대만 방문 중 만난 외교·국방 전문가들은 중국을 상대로 한 국토 수호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우 부장은 “중국은 대만이 취약하다고 판단하면 공격할 수 있다”면서 “(대만은) 이에 대비해 국방 개혁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방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싸울 결의가 없다면 다른 나라에 도움을 구할 권리도 없다”며 “(지원 요청은) 우리가 스스로 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부장은 중국과의 긴장 고조 속에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우 부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권으로 5억 달러(약 6623억5000만 원) 상당의 무기를 대만에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무기를 받기 위한 창의적 방법을 미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건 대만 방위에 분명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의 침공과 봉쇄를 피하기 위해서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우 부장은 오는 19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고 일방적 현상 변경을 반대하며 대만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이 발표되면 대만이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중국에 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밍스(沈明室) 대만 국방안전연구원 국가안보연구소장도 “우리는 중국 침공에 대비한 수많은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며 “사이버 공격에 대해 어떻게 대비할지를 고민하기 위해 ‘디지털 보안청’을 만들기도 했다”고 대만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만은 중국의 대만침공에 대해 분명히 준비하고 있고, 대만 방위는 우리 친구 국가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작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뒤 중국의 대응이 더 심화된 것 같은데, 그럴수록 대만이 안전보장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 소장은 중국의 침공 시 대만 수호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보였다. 그는 “한국은 미국이 만든 틀 안에서 대만에 대한 안보적 지원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대만 타이베이 한 야시장에서 시민들이 진열된 상품들을 살펴보며 걸어가고 있다. 타이베이=김선영 기자



◇정부와 달리 뜨뜻미지근한 민심 = 중국에 대해 ‘대만 수호의지’를 강력하게 밝힌 대만 외교·국방 관계자들과는 달리, 기자가 대만 타이베이의 길거리, 식당, 술집 등에서 만난 대만 민심은 사뭇 달랐다. 특히 10·20대와 30·40대 사이에도 온도 차가 눈에 띄었다. 대만의 10·20대 청년들은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9일 타이베이 한 야시장에서 만난 10대 남성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도 그건 나랑 상관이 없다고 느낀다”며 “그건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지 솔직히 내 일이라고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있던 친구들도 “우리는 그냥 이렇게 야시장에서 놀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지, 전쟁 준비 같은 걸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12일 대만 한 식당에서 만난 27세 타이스도 기자에게 “중국이 아무리 우리를 침공하려고 해도 미국이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고 겁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30·40대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좀 더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대만의 경제적 중요성을 들어 중국의 실제 침공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었다. 32세의 싱은 “우리 부모님은 중국에서 왔지만, 내가 중국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다음 총선에 민진당에 투표해 대만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국제 사회에서 대만의 위상을 세우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41세 남성은 “대만을 침공하면 중국은 반도체 공급망이나 산업 면에서 피해를 입는다”며 “중국 내에서도 코로나19 방역, 시진핑(習近平) 3기 체제 공고화 등 내부 이슈가 많은데 섣불리 대만을 침공하리라곤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TSMC, 대중 방어의 가장 강력한 무기… 반도체 수급난은 없을 것”

중국에 반도체 ‘칩’ 공급하는 역할
경제적 이해관계가 대만 지킬것
한국 기업들과 협력강화도 강조


“한국과 대만 간 반도체 협력을 점점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반도체 디자인에서 뛰어난 만큼 대만 반도체 회사들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와 협력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대만도 이를 지원할 것입니다.”

천정치(陳正祺) 대만 경제부 정무차장(차관)은 지난 11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한국 반도체 기업 간 협력 방안에 대한 문화일보 기자의 질문에 위와 같이 말했다. 천 차장은 “반도체는 미국·유럽·일본에서 원자재가 오는데 이는 가장 국제적인 협력을 필요로 하는 소재”라며 “전 세계가 중국의 대만 침공이 반도체 수급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하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경제 당국 관계자들은 TSMC 경영에 대한 정부의 불간섭을 강조하면서도 대중 견제 공급망에서의 TSMC 중요성을 들어 대만의 역할을 강조했다. 장후이쥐안(張惠娟)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 종합기획국장은 8일 외신기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TSMC에 대해 “미국이 완제품을 세계에서 제일 잘 만들고, 한국은 패키징에 있어서 가장 뛰어나며 일본은 화학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국”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으로 대만 TSMC와 전 세계가 연결돼 있는 만큼,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잔즈훙(詹志宏) 대륙위원회 부주임위원(차관) 역시 “많은 이들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TSMC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칩을 중국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며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대만을 지킬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만 반도체 업체 종사자 역시 “TSMC는 대만 대중 방어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산업계 발전을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천 차장은 외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다음 목표는 CPTPP에 가입하는 것”이라며 “미국 및 일본과 경제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대만의 경제·산업적인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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