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망해 인수돼도 고용 및 단협 승계, 노조가 복수노조 금지, 고용세습 안 고친 기업도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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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기득권·특혜 단체협약 여전…기아는 지난달 고용세습으로 입건돼


국내 굴지의 자동차 대기업이 ‘고용세습’ 조항을 고치지 않아 입건되는 등 민간 기업에서도 불합리한 단체협약이 완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재계는 노조에 특혜를 주는 단협이 노동시장 경쟁력을 해치고 청년들의 공평한 취업 기회를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단협에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기아에 대해 사법처리 절차에 들어갔다. 고용부 안양지청이 기아 법인, 기아 대표이사, 기아 노조가 속한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및 금속노조 위원장을 시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것이다.

기아 노사 단체협약 26조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난해 말 지방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 의결로 3개월여의 시정 기한이 주어졌음에도 기아는 이 조항을 수정하지 않아 고용세습으로 사법처리된 첫 번째 기업이 됐다. 기아는 고용부에 ‘2014년부터 단체교섭 때마다 고용세습 조항 삭제를 요구했으나 노조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A 사 단협에는 ‘조직의 통합·분리 변경 시에는 노동조합·단체협약·고용을 자동 승계한다’는 조항이 있다. 회사가 망해서 다른 기업에 인수돼도 그대로 고용되고 단협도 유지된다는 것이다.

운송업계 B 사 단협에는 현재 노조를 유일 교섭단체로 인정하고, ‘어떠한 제2의 노동단체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노조의 기득권을 위해 복수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경영계에 따르면 이는 위법한 조항이다.

앞서 지난해 8월 고용부는 100인 이상 사업장 1057곳의 단체협약을 전수조사해 위법한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확인된 60곳을 확인했다. 이들 대부분이 단협에 정년 퇴직자·장기 근속자·업무 외 상병자·직원 직계가족 채용 관련 조항이었다. 공채 시 정년퇴직자 자녀나 형제·자매에게 가산점을 주는 기업, 심지어 노조·직원 추천자 채용 조항이 있는 기업도 있었다.

고용부가 적발한 60곳 가운데 기아를 포함한 6곳은 여전히 고용세습 조항을 고치지 않았다. 사법처리 단계에 들어간 기아 외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명령 불이행 시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노조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한 과도하고 위법한 요구는 산업현장 노사관계 및 인력운용의 어려움을 높이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은 "진정한 노동개혁을 위해서는 노조가 조합원만을 위한 기득권 유지 노력을 지양하고, 소수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막을 걷어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장병철 기자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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