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LIV 1년, 돈잔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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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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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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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체육부장

논란 속에 시작됐던 LIV골프인비테이셔널이 출범 1년을 맞이하고 있다. LIV는 지난해 6월 영국 런던의 센추리온 클럽에서 48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첫 대회를 열었다. ‘레전드’ 그레그 노먼 대표의 지휘 아래, 더스틴 존슨, 필 미켈슨(이상 미국) 같은 톱 랭커들이 잇달아 합류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을 등에 업고 대회당 2500만 달러(약 334억 원)의 상금을 쏟아부어 ‘돈 잔치’를 벌였다. 그 힘은 대단했다. 신생 LIV는 122년 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오랫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승승장구하던 PGA를 뒤흔들었다. PGA 진입의 문턱을 낮췄고, PGA의 상금과 선수 보상액을 높였다. 일부는 이를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중적 관심은 1년 전만 못한 느낌이다. 최근 중계방송 중단 사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LIV 6차 대회 경기 후반에 TV 생중계가 끊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올해부터 LIV의 생중계를 맡은 CW 네트워크가 경기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방송을 중단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특히, 중단된 시점은 존슨과 캐머런 스미스(호주) 등이 연장전 승부를 하는 하이라이트였다. PGA투어였다면 난리가 났을 상황이다. 사실 이런 사태는 예견됐다. CW가 중계권료를 낸 게 아니라 오히려 LIV가 CW에 돈을 주고 중계를 맡긴 구조여서다. CW는 정규 프로그램이 LIV 중계보다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LIV의 시청률이 저조했다는 얘기다.

이는 ‘그들만의 리그’가 점차 고착화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스포츠의 미덕은 예상을 뒤엎는 역전 드라마에 있을 터. 최고의 선수가 기량을 발휘하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예상하지 못한 신인이 파란을 일으켰을 때의 감동도 이에 못지않다. 하지만 1년이 지난 LIV는 슬슬 ‘고인 물’의 냄새가 난다. 새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우승은 몇몇 선수가 나눠 먹는다. 역전 드라마 같은 건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존슨은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 최우수선수상 등을 더해 상금으로만 무려 3563만7767달러(약 477억 원)를 벌었다. PGA투어처럼 제이슨 데이(미국)가 수많은 좌절 끝에 5년 만에 AT&T 바이런 넬슨 정상에 오른다든지, 스무 살 김주형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깜짝 우승한다든지 하는 ‘스토리’가 없다. 당연히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PGA투어는 상대적으로 더욱 견고해지는 분위기다.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는 어느 때보다 흥행에 성공했다. 갤러리가 쇄도했다. 시청률은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평균 시청률은 지난해보다 19% 올랐고, 최종 라운드를 본 시청자는 120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간 최고 시청률이다.

이번 주말에는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이 이어진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우승 경쟁이 기대된다. LIV 선수도 18명이 출전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으로 쌓아 올린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LIV를 환영하고 싶지는 않지만, PGA투어의 독점과 권위를 무너뜨린 촉매제로서의 역할은 좀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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